“내가 미쳤어! 정말 미쳤어~♪ 박담비예요~.”
가요계에 손담비가 있다면 한나라당에는 ‘박담비’가 있다. 박담비는 “불광불급이다. 미치지 않으면 뭔가를 이루지 못한다”며 “우리 한번 같이 경제 살리기에 미쳐보자”고 외쳤다. 뜨자마자 단숨에 누리꾼들의 마우스를 사로잡은 박담비. 박담비는 다름 아닌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다. 박담비는 한나라당 홈페이지 ‘박희태의 말말말’ 코너를 통해 손담비의 몸에 박 대표의 얼굴이 합성된 파격적인 모습으로 ‘커밍아웃’했다.
한나라당은 박담비에 앞서 인기 드라마 (이하 꽃남)를 패러디한 ‘꽃보다 경제 한나라당 H4’를 선보였다. 한나라당이 핵심 국정과제를 추진하겠다며 꾸린 신설 특위를 홍보하려고 만든 패러디물. ‘구몽표’(정몽준), ‘허지후’(허태열), ‘소이공’(공성진), ‘안경빈’(안경률)이 ‘한나라당 H4’의 주요 맴버다. 박순자 의원은 ‘한나라반의 홍일점 지도부’로, 이름은 ‘금순디’다. 또 구몽표가 “전학 오자마자 반장 선거에서 차점을 차지한 실력파”라거나, 허지후는 “‘법보다 해머’가 급훈인 민주반과 함께 원활하게 학생회를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비유했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은 인기 그룹 ‘소녀시대’를 빗대 ‘원외시대’를 선보이는 등 잇따라 패러디를 내놨다.
한나라당 디지털팀 관계자는 “정쟁에 묻힌 좋은 정책을 홍보하려고 패러디를 활용한 것”이라며 “당대표가 패러디에 등장한 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파격적인 정책홍보 마케팅은 성공한 것일까? 인터넷 매체가 앞다퉈 보도하면서 박담비와 ‘한나라당 H4’가 단숨에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그러나 누리꾼의 반응은 싸늘하다. 실제 재벌인 정몽준 의원을 꽃남의 재벌그룹 후계자 구준표에 빗댄 것 등이 오히려 ‘자살골’이라는 평가다. “한나라당 내부의 안티가 한 짓.”(‘아**’) “서민을 우롱하는 H4 딱 맞다.”(덕후*) “H4라, ‘Horror 4’인가요?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들이 이런 짓을 하니, 참 끔찍하네요.”(‘ap**s68*0’)
한 누리꾼은 한나라당 H4에 맞서 ‘소통보다 분통’이라는 패러디를 만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등장하는 이 패러디는 “상상, 그 이상의 억지 정치판”이라고 비꼬았다. 패러디의 백미는 권력에 대한 조롱과 신랄한 풍자다. 패러디의 단골 소재였던 한나라당이 조롱거리를 자처하며 패러디의 창작자로 나선 웃지 못할 변신, 한나라당의 패러디가 웃음 대신 놀림을 받는 이유다.
박종찬 기자 한겨레 방송콘텐츠센터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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