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플레이의
▣ 서정민 한겨레 기자 westmin@hani.co.kr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서니 나뭇가지에 앉은 하얀 매화가 눈에 든다. 아, 봄이구나. 내 얼굴에도 꽃이 핀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얼굴 위 꽃이 다시 오그라든다. 이 코너 신고식을 뭐로 할까, 고르고 고른 게 윈터플레이의 이다. 밴드 이름부터 앨범 제목, 재킷 이미지까지 어느 하나 겨울의 자장 속에 있는 이 앨범을 소개하려던 참에 봄꽃과 마주하는 건 당혹스럽다. 그럼에도 이 앨범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지난 겨울 첫선을 뵌 이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채 봄눈 녹듯 사그라질까 봐서다.
윈터플레이는 재즈판에서 이름깨나 날리는 트럼펫 연주자 이주한이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다. 기타 겸 보컬 최우준, 베이스 소은규, 여성 보컬 혜원까지 4인조다. 재즈 콰르텟치고는 튀는 구성이다. 드럼이 없다는 게 특히 그렇다. 재즈는 원래 ‘즉흥’의 음악이다. 짜인 틀 안팎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주자들이 교감을 통해 조화를 이뤄나가는 게 재즈 밴드의 생명이다. 그런데 이 밴드에는 이런 즉흥성이 없다. 대신 깔끔하게 정돈된 세련미가 있다. 재즈 내음을 살짝 입힌 팝에 가까워 재즈 문외한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이 앨범의 미덕은 ‘비움’에 있다. 기타, 콘트라베이스, 트럼펫, 사람 목소리가 딱 적당할 만큼만 차지한다. 나머지 공간은 여백으로 남겨둔다. 하얀 눈밭에 점점이 찍힌 발자국 같은 음악. 누가 더 화려한가를 겨루는 ‘채움’의 음악이 넘쳐날수록 이 앨범에 자꾸 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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