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을 높이려면 기술혁신을 가속화하는 대책 내놓아야
▣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jeje@hani.co.kr
인내심 많은 경제학자들 덕분에 우리는 산업혁명기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는 당시 국민총생산(GNP) 성장률이 연평균 2%를 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혁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공업 성장이 가팔랐어도, 농업 등 전통적 부문의 성장이 더뎌서 그랬을 것이다. 19세기 들어서도 유럽 국가들의 성장률 수준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다. 스위스 경제사가 폴 베어록은 1830~1910년 80년간 유럽의 GNP는 4배로 늘었다고 계산해냈다. 연평균 성장률이 2%를 조금 밑돌았다는 얘기다.

생산 요소 투입과 요소 생산성
경제사에서 가장 놀라운 고성장 기록은 아직 일본이 갖고 있다. 194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0%를 넘었다. 를 쓴 론도 캐머런은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동떨어져 있어서 적은 비용으로 기술 추격이 가능했고, 높은 수준의 인력과 높은 저축률 및 투자율, 집단에 헌신하는 정서 등이 고성장의 원동력이었다고 분석했다.
고속 성장이라면, 우리나라도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하나로 명함을 내밀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1963~70년엔 연평균 8.94%, 1970~79년엔 7.67%, 1979~2000년에는 7.29% 성장을 이뤘다. 이른바 3저 호황기인 1985~90년엔 연평균 9.9%나 성장해 절정에 이르렀다(한국개발연구원, )
이런 경험을 가진 우리에게 외환위기 이후의 낮은 성장률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1995~2000년에 우리나라 국민소득 증가율은 4%대였고, 2001년부터 6년간은 3%대로 주저앉았다. 높은 청년 실업률과 질 낮은 일자리의 증가, 이로 말미암은 빈곤층 증가와 소득 양극화는 고성장 시대에 대한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정치인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7%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공약했다. 물론 나중에 “이회창 후보를 의식해 높였던 것”이라며 현실성이 없는 공약이었음을 고백했다. 올해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한 사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7% 성장론’을 들고 나왔다. 가능한 얘길까?
나폴레옹의 말처럼 물론 불가능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그런 고성장을 일궈낼 것이냐를 먼저 들어봐야 할 것이다. 경제성장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하나는 노동이나 자본 등 ‘생산 요소’의 투입을 늘리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수나, 일하는 시간을 늘리면 국내총생산은 늘어난다. 1963~2000년에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증가율은 연평균 7.24%였는데, 노동 투입의 기여도는 2.61%포인트, 이 가운데 취업자 수 증가의 기여도가 2.2%포인트였다. 이 수치는 노동인구 증가가 성장률에 매우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구 증가율이 둔화되면 어떻게 되는가? 1963~2000년에 15살 이상 생산 가능 인구는 연평균 2.49%씩 늘었다. 하지만 2000~2005년엔 증가율이 1.15%에 그치고 있다. 인구증가율의 이같은 둔화는 성장률을 1.3~1.4%포인트가량 끌어내렸을 것이다. 노동시간의 감소까지 고려하면, 요즘 5% 성장은 과거 7% 성장에 거의 맞먹는 셈이다.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 공장을 짓는 것도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1963~2000년, 자본 투입의 성장 기여도는 1.22%포인트였다. 최근 설비투자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감소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요소 투입 말고, 요소 생산성도 경제성장률을 좌우한다.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의 문제다. 1963~2000년에 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는 3.41%포인트였다. 이 가운데 두드러지는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1.22%포인트)와 기술 진보의 효과(1.61%포인트)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가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1970년대 이후 점차 약해졌고, 90년대 들어서는 아주 희미해졌다. 대신 기술 진보가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다. 1990~2000년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연평균 5.61% 성장했는데, 이 가운데 기술 진보의 성장 기여도가 2.22%나 된다.
인구 증가? 자본 투자? 규모의 경제 효과?
그렇다면 다시 묻자. 어떻게 하면 성장률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인구증가율을 높이는 것은, 15년 이상 지나야 효과가 난다. 그것보다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자본 투자가 늘어나게 하려면 기업가 정신을 살려야 하고, 투자 효율성을 뒷받침할 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 효과는 이제 기대하기가 어렵다. 기술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이야말로 성장률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정치인들의 고성장 약속이 현실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런 방향에서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노사분규만 줄여도 성장률을 몇% 끌어올릴 수 있다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노사분규가 가장 심했던 1985~90년에도 그것은 국민소득 성장률을 연평균 0.01%포인트 끌어내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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