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커플 증가 등 남자 공급은 많고 여자 공급은 적어서 발생하는 현상들
▣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 jeje@hani.co.kr
결혼은 이런 사람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져가고 있다. 연하남-연상녀 커플, 초혼남-재혼녀 커플이 늘어나고, 외국인과의 혼인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아내 쪽이 연상인 커플은 1994년 전체 혼인 건수의 7.3%였다. 2006년에는 그해 결혼한 33만 쌍 가운데 3만2809쌍이 그런 커플이다. 9.9%로 열에 하나꼴이나 된다. 초혼남-재혼녀 커플은 1994년 전체 결혼 건수의 3.26%에서 지난해 5.49%로 늘었다. 2005년에는 그런 커플이 2만 쌍을 넘기면서 전체 혼인 건수의 6.36%를 차지한 적도 있다. 외국인과의 결혼도 2001년 1만5234건에서 지난해 3만9690건으로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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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남초 현상 가장 심해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왜 바뀐 것일까? ‘배우자 시장’이라는 표현은 불경스럽긴 하지만, 역시 이 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결혼 풍속이 이렇게 변하는 데는 남자의 공급은 많고 여자의 공급은 적다는 점이 적잖이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더 많이 태어난다는 사실은 17세기 영국의 사망표를 분석한 그라운트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자연적인 출생 성비(여자 출생아 100명당 남자 출생아)는 103~104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보면, 여아 100명에 견줘 남자아이가 106명꼴로 태어난다. 균형을 벗어난 이런 출생 성비는 중국 탓이 크다. 2005년 중국의 출생 성비는 112에 이르렀다. 중국 농촌의 경우 123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의 출생 성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배우자 시장에서 남자의 공급이 훨씬 많아진 지는 꽤 오래됐다. 현재 결혼 연령대인 세대가 태어난 1970년대에 우리나라 출생 성비는 이미 108이었다. 남자들이 결혼 상대의 나이를 따지지 않고, 초혼 여부를 덜 따지게 되는 것은 그만큼 짝짓기 경쟁이 치열해진 탓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마땅한 배우자를 찾지 못한 남자들은 외국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한국 여자-외국인 남자 커플은 2001년 5228쌍에서 2006년 9482쌍으로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증가한 반면, 한국 남자-외국인 여자 커플은 같은 기간 1만6쌍에서 3만208쌍으로 급증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외국인 처 가운데는 베트남 출신이 급증하고 있다. 2001년 134명에서 2006년에는 무려 1만131명으로 늘어났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외국인 처와 주로 결혼한다는 것은 2006년 혼인한 남성 농림어업 종사자 8596명 가운데 3525명이 외국인 처를 맞아들인 것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출생아 수는 70년대 초 연간 100만 명에서 계속 줄어 84년이 되자 연간 60만 명대로 줄었다. 그런데 87년 62만 명에서 바닥을 찍고 증가세로 들어선 뒤, 91~95년에는 70만 명대를 이어갔다. 80년대 후반의 호황, 민주화의 실현에 따른 노동자들의 소득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때는 남초(男超) 현상이 가장 심했던 시기다. 출생 성비는 80년대 후반 5년 평균 110.98로 높아진 뒤 90년대 초반 5년간은 114.6까지 높아졌다. 경제적 여유와 함께 태아의 성을 감별해 선별 낙태가 가능해진 의학기술의 발달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의료법에 태아 성감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새로 만들어진 것은 87년 말의 일인데,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이 결혼 시기에 접어드는 몇 년 뒤엔 남자들의 배우자 찾기 경쟁은 가장 치열한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사상 유례가 없는 남자들의 경쟁이…
지난해 제일기획이 25~34살의 미혼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2.1%가 “결혼도 일종의 투자”라고 대답했다. 결혼이 노후 준비의 시작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84.4%나 됐다. “누구를 소개받으면 나도 모르게 조건을 살피게 된다”는 대답이 70.6%나 됐고 “능력이 있으면 나이 차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대답은 55.8%였다. 어떤 이는 이런 조사 결과에서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시대의 우울한 그림자를 볼 것이나, 당사자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끼리 혼인이 이뤄지면서, 혼인은 계층 간 소득 격차를 더욱 키우는 한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남아 선호 관념은 급격히 수그러들고 있다. 요즘은 ‘딸 둘’을 낳아야 100점이고, ‘아들 둘’을 낳으면 빵점이라고들 한다. 가족 안에서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면서, 어버이가 아들보다 딸의 도움을 받는 일이 많아진 시대 흐름에 따른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남아 출생비는 매우 높은 편이다. 2000~2006년 평균 출생 성비는 108.7이다. 2006년만 보면 107.4로 197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외국에 견주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남자들이 결혼 연령이 되어 배우자를 찾느라 사상 유례가 없는 시련을 겪고 난 뒤에는 또 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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