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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리면 주가 오른다?

등록 2007-10-19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미국이나 한국이나 금리 떨어지는 시기에 주가도 떨어진 사례 많아… 경기가 어떤 국면인지를 먼저 살펴</font>

▣ 정남구 한겨레 논설위원 jeje@hani.co.kr

“금리 인하는 주가에 호재다.”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상식으로 통하는 얘기다. 이를 입증하는 일이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9월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로 빚어진 신용경색에 대응해 연방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였다. 그러자 뉴욕 증시의 주가는 급상승을 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금리 아홉 차례 내린 뒤에야 주가 반등

사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주식 가격에만 호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 일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왜 그럴까?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치가 갖는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어느 기업의 주식 총가치는 그 기업이 앞으로 낼 수 있는 수익을 현재가치로 모두 환산한 것이다. 부동산 가치도 그 부동산을 임대해서 얻을 수 있는 미래 임대수익을 현재가치로 모두 바꿔 합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미래 수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값은 이자율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자율이 10%이고 내년에 벌어들일 수익이 100만원이면, 현재가치는 1년치 이자 10만원을 뺀 90만원이 된다. 만약 이자율이 5%이면 1년치 이자 5만원만 빼고 95만원이 현재가치가 된다. 이처럼 이자율이 낮아지면 미래수익의 현재가치가 커진다.

하지만 실제 경제현상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자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금리 외에도 수없이 많다. 금리를 계속 내렸음에도 주가가 떨어진 사례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런 사례가 더 일반적이다. 이 또한 미국 이야기다. 2001년 들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6.5%이던 기준금리를 정례회의가 열릴 때마다 내리기 시작했다. 인터넷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 하강에 대응한 것이었다. 4월에는 정례회의가 아닌데도 임시회의를 열어 0.5%포인트 전격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나스닥 지수가 9%나 폭등할 정도로 주식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러나 주가 상승은 오래가지 못하고 곧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가는 쉼 없이 떨어지다 기준금리를 무려 아홉 차례나 내린 뒤에야 비로소 의미 있는 반등을 했다. 이유는 경기 하강으로 기업의 수익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의 근간을 이루는 수익이 나빠지면, 금리를 내려도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 수익의 감소 정도를 금리 인하로 상쇄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주가는 움직임을 달리한다.

우리나라의 경험으로 보면,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 주가도 함께 떨어진 사례가 훨씬 많다. 금리 인하가 주가를 떨어뜨린 원인은 물론 아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는 경기가 나빠지는 국면에서 경기 하강 속도를 둔화시키려는 것이다. 그런 시기에는 기업의 수익도 나빠지곤 한다. 따라서 금리를 낮춰도 기업 수익 감소의 영향이 워낙 커서 주가가 떨어지곤 했던 것이다. “금리 인상은 주가에 악재”라는 상식도 믿을 것은 못 된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곤 한다. 적절히 인플레이션이 통제되면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기업의 수익도 늘어나면, 주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가 인플레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도기업 수익은 더 이상 늘지 않거나 줄어들 때, 주가 상승이 한계를 맞곤 한다.

한국은행은 2000년 10월 5.25%이던 콜금리 목표치를 2001년 2월 0.2%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그해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연 4.0%로 낮췄다. 경기 하강에 따른 대응이었다. 이 기간에 코스피 지수 움직임을 보면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주가는 금리를 네 차례 내린 2001년 9월에야 비로소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강이 주가를 계속 끌어내렸던 것이다.

미국 경기 하강에 한국 증시도 흔들?

한국은행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은 2005년 10월 시작됐다. 경기가 혼란스런 모습을 보임에 따라 연 3.25%까지 내렸던 콜금리를 이때 0.25%포인트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8월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연 5.0%까지 올렸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기업 수익의 증가에 힘입어 주가 상승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금리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금리 변동이 경기의 어느 국면에서 이뤄지느냐를 함께 살펴야 의미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이번 금리 인하에 그치지 않고 추가로 금리를 내린다면 뉴욕증시의 주가는 또 한 차례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까? 추가 금리 인하는 짧은 호재는 될지 몰라도 그 효과가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연준이 금리를 또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 하강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서면 기업의 수익도 나빠질 것이고, 금리 인하라는 호재보다 기업 수익 감소라는 악재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전망은 후자 쪽으로 기울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17일 발간하는 보고서에서 내년 미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2.8%에서 1.9%로 크게 낮췄다.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온 우리 증시도 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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