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뱀은 땅을 파지 않습니다. 파고 싶어도 팔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손도 없고 발도 없는 뱀이 땅을 어떻게 파겠습니까? 어린이 만화에 나오는 변신 로봇처럼 옆구리에서 곡괭이가 나올 수도 없고요.
뱀은 생물학적으로 ‘동물계 척색동물문 파충강 뱀목’에 속합니다. 파충강 하위 분류 단계에는 뱀목 말고도 거북목, 도마뱀목, 악어목 등이 있습니다. 다른 목과 뱀목을 가르는 가장 큰 분류 기준은 손발의 존재 유무입니다. 자 그럼, 문제 들어갑니다. 파충강과 다른 강을 나누는 큰 기준은 뭐게요? 바로 비늘의 존재 유무랍니다.
언론사 사회 분야 기자들은 ‘맨땅에 헤딩’을 하지만 뱀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사회부 기자들이란 뱀만도 못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요?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의 한상훈 척추동물연구과장은 “우리나라 뱀들은 땅을 파고들어 가는 게 아니라 두더지나 수달 등 다른 동물이 기존에 파놓은 굴에 들어가 산다”며 “비탈진 토층에 드러난 나무뿌리 주변의 부드러운 틈새에 파고들기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예전에 충남 부여의 처갓집에 갔다가 바위 틈새에 끼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뱀은 후진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머리를 돌려 방향을 튼 뒤 전진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을 뿐입니다.
다른 나라에 사는 뱀들은 어떨까요? 열대지방 뱀들은 혹서기를 피해 여름잠을 자는데 이들 역시 사막의 모래 속에 파고들어 가기는 하지만 단단한 흙을 파고들어 갈 만큼 ‘강철 주둥이’를 가진 뱀은 없다고 합니다. 아프리카의 보아뱀이나 남아메리카의 아나콘다 같은 초대형 뱀들도 교미나 산란을 위해 진흙 속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단단한 맨땅을 팔 만한 능력은 없답니다.
뱀다리(蛇足): 뱀 하면 독사가 떠오르지요? 대한민국에는 대체로 4종의 독사가 서식합니다. 살모사, 까치살모사, 쇠살모사 그리고 유혈목이가 있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는 북살모사라는 종이 하나 더 있다네요. 그런데 우리나라 남해와 서해 등 근해에는 바다뱀이 산답니다. 본 적 없으시지요? 바다뱀이 육상의 뱀보다 훨씬 더 강한 독을 갖고 있다는 게 한상훈 과장의 설명입니다. 바다뱀은 코브라과에 속한다네요. 독자분, 바다에서 뱀 만나면 조심하시길….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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