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질문, 한때 ‘을 안드로메다로 보낸다’라는 표현이 유행했다. 안드로메다는 무엇이고, 우리는 왜 많은 것을 거기로 보내는가? 한 천문학자는 ‘우주의 이해’ 교양과목의 첫 수업 시간에 이런 의문이 적힌 질문지를 만든다고 한다. 앞의 질문 답은?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은하와 가장 가까운 은하이고, 우리와 정반대라서가 아니라 비슷하니까 보낸다. 안드로메다로 가고 싶을 만큼 멋진 설명이다. 그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천문학자 심채경의 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대체재가 될 수도 있다.
책 제목에서 두 번째 질문. 별 안 보는 천문학자는 무엇을 볼까. 별만 안 볼 뿐 다 보고 있다. 소설과 영화의 장면들은 우주의 기운 속에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엮인다.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에는 ‘새벽녘에 초승달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공을 든 자세를 예로 들며 저자는 달의 모양 변화 설명에 열변을 토한다(토하는 게 느껴진다). 새벽녘에 봤다면 그믐달이라는 것이다. 초승달은 저녁에 뜨기 때문이다. 글은 아기자기하고 쿡쿡 찌르게 웃기면서 다정다감하고 솔직하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과학책이라기보다는 문학책에 가깝다고 느껴진다”며 “천문학은 문학이니까”라고 했다.
운전면허가 박사학위가 비슷하다고 말하는 글쓴이는 화성의 대기처럼 쿨한 과학자다. 쿨한 태도는 그를 소개하는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과학자로 주목한 천문학자”라는 문구를 설명할 때도 나타난다. 달의 토양 변화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특유의 성실함으로 크레이터(달 표면의 큰 구덩이)에서 예상치 못한 데이터를 도출해낸다. 논문은 <네이처>에는 실리지 못하는데, 어느 날 <네이처> 기자로부터 인터뷰 의뢰가 온다. 인터뷰가 실린 잡지가 나온 뒤 언론이 “<네이처>가 주목한 천문학자” 등의 표현을 쓰자 그는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니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쿨함은 객관성의 다른 말인지도 모른다. 너스레를 떨어도, 글쓴이는 과학에 ‘시적 허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단칼에 자른다. 논문이나 리포트도 다를 바 없다. “남의 업적을 내 것인 양하는 태도는 국가나 가족에 대한 긍지를 느낄 때 쓰는 것이요, 남의 글 베끼기는 타자 연습할 때나 하는 일이다.” 천문학자는 지구의 인간이다.
우주에 관한 이야기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로 돌아오고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에게 갖는 연대의식이 두 아이를 키우는 비정규직 ‘여성’의 처지와 이어진다. 우주의 이해 강의는 대학의 필요성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래서 세 번째 질문. 천문학자는 왜 별을 보지 않나? 천문대로 가야 별을 보는 것이라서겠지만,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천문학자’라는 강도 높은 쿨함이 함께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쿨내 진동 그의 이력을 수식하는 말은 이제 <네이처> ‘따위’가 아니라 이 책 제목이 될 것 같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김혼비·박태하 지음, 민음사 펴냄, 1만5천원
“끈적끈적함과 어떤 종류의 매끈함이 세련되지 못하게 결합한 K스러움”을 찾아서 전국의 축제 현장을 갔다. 의좋은형제축제의 EDM, 영암왕인문화축제의 도포 걸치고 탕건 쓴 어르신들과의 만남 등 유쾌한 이들의 레이더망에 걸린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축제처럼 웃음이 터진다.
김근수 지음, 동녘 펴냄, 2만5천원
“아흔아홉 마리의 양보다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나서라.” 해방신학자인 저자가 역사 현실, 유다교, 가난한 사람, 한반도 네 주제로 예수를 살폈다.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그리스도교는 십자가를 전하는 종교가 아니라 십자가를 먼저 지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
김진수 글·사진, 이한아 그림, 한겨레아이들 펴냄, 1만3천원
<한겨레21> 독자에게도 ‘새 사진’으로 익숙한 김진수 사진기자가 펴낸 어린이를 위한 새 사진 안내서. 아파트, 트럭, 옥상공원 등 우리 주변으로 날아든 새와의 만남과 함께 어떻게 새를 사진 찍었는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무인카메라 셔터 설정, 매크로렌즈 효과 등 새 사진 입문자에게도 맞춤하다.
목해경 지음, 이숲 펴냄, 2만원
인디만화계를 견인하는 작가의 단편만화 4편을 모았다. 다른 사람이 억지로 씌운 가면이지만 벗을 수 없게 된 소년(‘철가면’), 꿈속에서 자신의 신발을 찾으러 길을 나서는 노인(‘신발’), 무덤가를 지키려는 소년의 사투(‘성지’) 등 이전에 비해 관념보다 서사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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