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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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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티도 키가 작아 고민했대

‘초통령’이 어린이들 고민 상담에 답을 해줬어요
등록 2020-05-04 16:40 수정 2020-05-07 14:34
크리에이터 도티

크리에이터 도티

어린이들을 가장 많이 웃게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매일 바쁜 엄마 아빠도, 얼굴을 볼 수 없는 친구도 아닙니다. 때로는 심심한 어린이를 즐겁게 하고, 때로는 속상한 어린이를 위로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지요. 이들은 어린이의 친구이고 롤모델입니다.

크리에이터들이 모인 회사 ‘샌드박스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도티(34·본명 나희선)는 어린이들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 크리에이터입니다. 주로 <마인크래프트>를 비롯한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도티TV> 구독자는 254만 명에 이릅니다. 2017년 12월 교육방송(EBS) 설문조사에서는 김연아(1위), 세종대왕·유재석(공동 2위)에 이어 ‘닮고 싶은 인물’ 3위에 뽑히기도 했다니, ‘초통령’이라 불릴 만하네요. 최근에는 방송사 예능·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1세대 유튜버, 회사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 방송인으로 끊임없이 변신하는 도티를 4월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샌드박스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게임 크리에이터에서 이제는 “어린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도티는 어린이들이 보낸 질문 하나하나에 열심히 답했습니다.

외모, 사람 관계, 게임, 미래. 어린이들의 고민을 듣고 도티도 맞장구쳤습니다. 최고 크리에이터에게 무슨 고민이 있냐고요? 물론 도티는 어릴 적부터 공부도 잘하고, 게임도 잘해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또래보다 작은 키와 왜소한 몸이 걱정이었습니다. 부모님이 키 크는 약인 ‘키돌이’를 사준 적도 있었다네요. 그래서 외모로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들어볼까요?

타고나는 것, 그걸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키가 작아서 고민이에요. (국민서·초4)

“키는 타고나는 게 제일 커요. 그걸 인정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저도 한때는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어요. 나는 왜 극단적으로 키가 작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고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데, 시간 낭비죠. 키가 작으니까 존재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 게임, 외부 활동 등을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뚱뚱하다고 놀리는 친구들이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강하늘·가명)

“저도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으니까 살이 쪘어요. 갑자기 찐 살은 코로나 이후엔 금방 빠질 거예요.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살이 많이 쪘다면 다이어트를 해야겠죠. 친구들이 놀려도 의기소침하면 안 되고, 나만의 장점을 만들어야 해요. 제일 중요한 건, 일단 놀리는 일 자체가 아주 잘못됐다는 사실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인싸’(아웃사이더의 반대말)였던 도티는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한 조언도 해줬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요. 친구가 지나치게 놀리거나 괴롭히면 “반드시 선생님에게 말해서 도움을 구하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친구가 먼저 다가오기만을 바라면 ‘아싸’
4월 초에 전학을 갔는데 코로나19로 새 학교에 아직 가지 못해서, 새 친구들과 어떻게 친해질지 걱정이에요.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요?(이현호·초5)

“공통된 화제를 찾는 게 중요해요. 전학생 처지니까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에 공감해줘야겠죠. 하굣길이 같거나, 학원을 같이 다니면 친해지기도 해요. 그리고 먼저 다가가야 해요. 친구가 먼저 다가오길 바라면 ‘아싸’ 될 수도 있어요.”

놀리는 친구가 있어요. 제가 패면 선생님께 혼나는데 어떻게 혼내줄까요?(김희수·초1·가명)

“당연히 패면 안 되겠죠.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안 되고요. 친한 친구끼리 하는 장난 정도가 아니라 못살게 구는 경우라면 무조건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야 해요. 학교폭력이 될 수 있어요. 혼자 싸매고 있으면 안 돼요.”

도티 하면 역시 게임이죠. 국내 게이밍 채널 최초로 유튜브 조회수 20억 건을 돌파할 정도(2018년 7월)로 독보적인 게임 유튜버니까요. 애초에 게임을 잘 못했다면 게임 채널도 크게 성공할 수 없었겠죠.

크리에이터 도티는 “어떤 직업을 할지 선택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보라”고 조언했어요. 도티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답했답니다.

크리에이터 도티는 “어떤 직업을 할지 선택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보라”고 조언했어요. 도티는 다소 엉뚱한 질문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답했답니다.

부모님들, 어떤 게임인지 이해해주세요
<마인크래프트>를 깔고 싶은데 엄마가 못하게 해요.(박나진·초1)

“<마인크래프트>만큼은 부모님들이 이해해줬으면 해요. 이 게임은 디지털 레고 같은 게임이라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거든요. 엄마한테 도티가 ‘이 게임은 교육적이니까, 무조건 못하게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해봐요.”

우리 엄마 아빠는 게임 시간을 정해놓는데 게임은 하루에 몇 시간 하면 좋을까요? 도티님은 하루에 게임을 얼마나 하나요?(홍서림·초4)

“저는 ‘겜돌이’라 정말 많이 했어요. 대신 숙제를 안 해놓고 하면 마음이 편치 않아서 숙제해놓고 했죠. 무조건 게임을 안 하려기보단 어떤 게임을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모님과 함께 좋은 게임을 찾아보세요.”

제 이름을 딴 ‘빈비니비니’라는 게임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어요. (원래는 ‘비니비니빈’으로 하고 싶었어요.) 아직 구독자가 6명밖에 되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구독자와 조회 수 높이는 비법이 있나요?(강교빈·초2)

“구독자 6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으면 해요.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좋은 내용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세요. 유튜브 채널을 열고 싶은 친구 있나요? 작은 팁도 알려드릴게요. 개인 계정이 아닌 페이지로 설정해서 개설하세요. 개인 계정에서는 (원래 미국 사이트라) 성과 이름이 앞뒤로 바뀌거든요.”

도티가 게임을 잘하고 좋아한다고 해서 저절로 최고의 게임 크리에이터가 된 건 아니었습니다.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요. 2013년 “방송사 피디가 되고 싶어, 자기소개서에 한 줄 쓰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만든 뒤 5년 동안은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콘텐츠를 업로드했습니다. 그렇게 쌓인 콘텐츠가 지금 3천 개가 넘었다고 해요.

최근 유튜브 업로드를 쉬었는데, 이유가 뭔가요?(홍서림·초4)

“연중무휴 콘텐츠를 만들다보니, 공황장애와 번아웃증후군(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던 사람이 신체적·정신적인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증상)을 겪었어요.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유튜브 활동을 쉬었네요. 앞으로 주 1∼2회 업로드할 계획이에요.”

악플에 신경 안 쓰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도티님 싫어요’ 이런 식으로 악플을 달던데, 괜찮아요?(차승우·초5)

“괜찮아요.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알거든요. 악플은 공개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세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신경 쓸 시간에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더 잘하려고 해요.”

크리에이터 말고 하고 싶은 다른 일이 있나요?(홍서진·초6)

“저는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또 다른 일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사실 크리에이터도 어릴 때부터 꿈꾼 직업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한 꿈이거든요. 친구들은 명확한 꿈이 없으면 불안해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발견된 꿈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 될지 꿈꾸는 건 어때요

어릴 적 도티의 꿈은 무엇이었냐고요? 그냥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꿈을 쓰라고 하면 ‘훌륭한 사람’이라고 써서 냈어요. 왜 꼭 어떤 직업이 제 꿈이 돼야 하나요? 직업이 꿈이 될 필요는 없어요. 훌륭한 사람이 돼야죠.” “수영선수와 의사 중 무얼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정효주 어린이(초3), 대답이 됐나요? 어떤 직업을 할지 선택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다양한 기회가 열릴지도 모릅니다. 도티처럼요.

글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부모 팁 8가지
도티가 부모에게

도티가 한 말 중 부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들을 정리해보았어요.

❶ 아이의 고민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점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에게 ‘복점’이라고 하면 안 돼요.
❷ 외모에서 단점보다 장점을 찾아 많이 칭찬해주세요.
❸ 좋은 게임도 많아요. 부모도 관심 갖고 아이와 같이 게임을 해보아요.
❹ 학습지처럼 꾸준히 하는 게 힘든 아이들도 있어요. 강요하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아요.
❺ 대화와 잔소리는 한 끗 차이라는 점을 명심하세요.
❻ 아이가 말할 때는 들어주세요. 자기 말을 안 들어주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입을 닫게 됩니다.
❼ 장난감이나 옷 등을 스스로 선택하게 해주세요.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게 됩니다.
❽ 어린이날 하루만이라도, 아이들 시선에서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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