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코스모스가 왔다. 칼 세이건의 맨 첫 장에 적힌 이름, 앤 드루얀이 다시 우리를 ‘그 모든 것’들로 데려간다. 이번 코스모스의 이름은 ‘가능한 세계들’이다. 가능하다니. 인간에 의해 돌이킬 수 없게 망가진 이곳이? 역사상 가장 심오한 지구 사진으로 꼽히는 ‘창백한 푸른 점’에서처럼, 어둠을 가르는 가느다란 빛줄기가 두 단어로 눈앞에 나타난 것 같다.
는 지난 40년간 인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우주 티끌에 불과한 처지를 직시할수록, 온 세상의 중심인 양 행세하는 파렴치를 반성할수록, 그나마 우리는 강해질 수 있었다.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그 성찰 위에서 다가오는 대멸종의 시간을 내다본다. 다시 만난 코스모스가 호소한다. “공기와 물과 환경을 돈만큼, 아니 돈보다 더 아껴야 합니다. 이 세상이 깡그리 망가져버린다면, 인공물에 불과한 돈 따위가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앤 드루얀은 미국 항공우주국 보이저 성간 메시지 프로젝트, 러시아 최초의 심우주 탐사 우주선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남편 칼 세이건과 함께 6권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스스로 “과학자가 아니라 이야기 수렵 채집인”이라는 드루얀은 이번 책 역시 13개 이야기로 구성했다. 인류 문명의 시작부터 바이러스·곤충·동물의 진화사, 불과 핵에너지, 양자역학, 뇌과학과 천문학의 관계, 인류세 논의 등을 포괄한다.
그가 무려 20여 년을 기다렸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주목해야 한다. 독재와 전쟁 가운데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생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믿었던 인물. 옛 소련 식량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와 동료들은 죽음으로 종자들을 지켜냈다. 드루얀이 과학의 순교자를 조명하는 이유는 미래가 ‘가능한 세계’일 수 있는 낙관적인 이유와 뜨겁게 만난다.
“실험과 관찰로 확인해볼 것, 시험을 통과한 발상만 받아들일 것, 어디든 증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갈 것.” 이렇게 행동할 의지가 있다면 바빌로프가 보여준 대로 “코스모스는 우리 것”이 될 수 있어서다. 딥페이크, 가짜뉴스, 탈진실 시대에 과학의 정신이야말로 진실의 해상도를 올릴 수 있다. 그래도 자연은 속지 않으며, 그 법칙에 따라 움직일 것이므로. 과학은 자연법칙을 이해하려는 시도다. 우주 나이 138억 년이라는 시간대를 사는 과학은 경고한다. “이번 대멸종은 지구에 인간이 존재하기 전에 벌어졌던 대멸종들과는 차원이 다른 재앙이리라. ‘다음 선거’ ‘4분기’ 같은 근시안적 사고를 지속할 여유가 없다.”
이 책의 강점은 천문학, 신경과학, 양자물리학, 생화학, 고고학, 인류학, 문학, 사상, 예술을 망라하면서 각 분야에 분리된 사건 간 연관성을 창의적으로 꿰는 데 있다. 기나긴 인용과 복잡한 공식이 문득 노래로 변하는 벅찬 순간들, 설득되기보다 이끌리는 읽기. 그런 강요 없는 언술이 마음을 훨씬 쉽게 움직인다. 지속 ‘가능한 세계’ 쪽으로.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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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의 배신
저자는 앉아 있지 않는 것만으로 현대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문제에는 관절질환뿐만이 아니라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병, 호흡기 질환 등도 포함된다. 인류학과 의학 등 학제적으로 접근한 ‘인류세 인간 보고서’.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지은이가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자살을 들여다본다. 등 죽음을 생각하는 작품의 등장인물을 통해 자살의 본질과 치유 방안에 접근한다.
백투더 1919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던 지난해, 신문 가 ‘1919 한겨레’라는 제목으로 4개월간 연재한 심층기획 기사를 묶었다. 100년 전 ‘지하신문’ 기사 형식을 통해, 시간여행을 떠난 듯 생생하게 식민지 조선인들이 꿈꾸고 외쳤던 나라의 정신과 시대상을 복원한다.
커맨더 인 치트
미국 베테랑 스포츠 기자인 저자는 골프를 통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골프장 캐디와 프로 골퍼, 골프장 개발업자 등 100여 명을 통해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미 아는 트럼프 대통령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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