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대통령직 퇴임 이후 32년 만에 광주를 찾은 전두환씨의 첫말은 “이거 왜 이래!”였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 그가 광주지법에 모습을 드러내자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은 창문을 열고 “전두환은 물러가라, 물러가라”는 ‘훌라송’을 불렀다. 그리고 며칠 뒤 보수단체들이 학교 앞에 나타났다. “초등학생들이 (5·18 당시에) 전두환이 뭘 어떻게 했는지 알 리가 없다”면서 “교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 건 이들이다. 전국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엔 5·18 민주화운동이 나온다.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지역주의와 반공 프레임에 갇혀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건 그들이지, 아이들도 증인과 증언을 통해 드러난 역사의 진실을 모르지 않는다.
(오월의봄 펴냄)과 (창비 펴냄)은 5·18에 대한 역사적 왜곡과 폄훼가 난무하는 지금, 다시 5·18을 깊이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될 책들이다. 5·18의 역사와 배경, 5·18 이후 6월 항쟁까지의 과정, 그리고 5·18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등을 고루 담아 교재로 쓰일 수 있도록 5·18기념재단이 기획해 펴냈다. 이 일반인과 대학생 교양서라면, 은 한자말이나 개념을 풀어써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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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이 모두 집중하는 건 5·18 민주화운동 ‘바로 세우기’다. 은 “우리 모두가 5·18을 1980년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에도 일어날 수 있는, 그렇지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으로 받아들이고 ‘나’의 감성으로 함께 슬퍼하고 분노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5·18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동시에 모두의 5·18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4부로 나눠 한국 사회를 뒤바꾼 열흘간의 역사적 사실을 되짚고, 간첩·공산분자·김대중 추종 세력들의 폭동이란 식으로 지역주의와 반공 프레임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5·18이 평범한 사람들의 ‘저항 윤리’에서 나온 시민운동이었음을 강조한다. 5·18을 광주만의 기억과 기념으로 축소하지 않고 ‘모두의 5·18’이 될 수 있는 길도 모색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나 중국 등의 변혁운동과 5·18을 비교해보고,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유대인 대학살을 벌인 ‘홀로코스트’가 어떻게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는지 살펴보는 식이다.
도 역사적 사실을 딱딱하지 않게 정리하면서 5·18 이후 진상 규명 과정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는 의미를 재조명했다. 후세대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한 인간이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자신의 시대를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기억하지 않으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19일 서울 마포에서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이 남긴 가치가 우리 사회의 교양이나 지성으로 자리잡으면 왜곡이나 극단적 주장은 뿌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5·18 역사 왜곡 처벌법이나 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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