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부터 아이 자라는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새 많은 것이 바뀌었다. 처음에는 그림책 읽는 것처럼 아이와 아이패드를 만지며 놀았다(‘아이’와 ‘아이’패드라). 디지털로 함께 노는 아빠라고 나름 자부심도 느꼈더랬다. 지금은 어림없는 일이 되었다. 이 친구도 자립심이 생긴 것이다. 자기가 아이패드를 할 때 아빠는 손도 못 대게 한다.
앱 취향도 바뀌었다. 하던 앱을 안 하고 안 해본 앱을 찾는다. 그러다가도 가끔 옛날 앱을 찾으면 즐거워한다. 몇 달 전 나는 “아이가 중독될까봐 모양 맞추기 앱을 지웠다”는 이야기를 썼다. 얼마 전 그 앱을 다시 깔아보았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워는 한다. 하지만 옛날처럼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한창 좋아할 때 더 하게 놔둘걸 그랬나? 모르겠다.
자립심이 생긴 것은 좋은 일이지만 같이 할 놀이가 벌써 줄어들다니 아빠는 심경이 복잡하다. 앞으로는 무엇을 같이 할까. 드론을 날려볼까. 비싸지 않고 조작이 간단한 꼬마 드론도 인기던데. 마인드스톰은 어떨까. 비싸고 아직 이른가. 아빠는 천천히 아두이노(다양한 센서나 부품을 연결할 수 있고 입출력·중앙처리장치가 포함된 기판)를 배워둘 생각이다. 지구를 지킬 거대 로봇을 만들어주고 싶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함께 조립해보는 아빠가 되고 싶다.
그런데 한동안 이 모든 고민을 접어두게 되었다. 연재 시작 뒤 가장 크게 변한 것은 계절. 추운 겨울과 공기 나쁜 봄을 지나 드디어 초여름, 날은 따뜻하고 해는 길다. 관악산 자락에 살아 좋은 점은 집 뒤가 온통 숲이라는 것이다. 오랜 시간 목말을 타도 아이도 아빠도 피곤해지지 않는 자세를, 두 아들을 둔 겸이 현이 아빠에게 전수받았다. 이틀에 한 번꼴로 아이를 목말 태워 산에 오른다. 숲에서 비눗방울도 불고 민들레도 찾고 잎사귀도 줍고 나뭇가지도 휘두르니 아이도 아빠도 후련하다. 디지털도 좋지만 자연이 허락할 때는 일단 나가는 게 상책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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