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바라트 아난드 지음, 리더스북 펴냄)를 읽고 말았다.
는 지난해 말 서점에서 발견하고 ‘앗, 이거 완전 나를 위한 책이네’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집어 살펴봤던 책이다. 출판이라는 전통적 콘텐츠 비즈니스에 속한 내게 디지털 변혁 시기에 가져야 할 비전을 전해줄 것 같았다. 하지만 사지 않고 내려놨다. 첫눈에 들어오는 메시지가 ‘콘텐츠 함정’에서 벗어나라는 것이었다(원제 역시 ‘콘텐츠의 덫’이다). ‘콘텐츠 함정’이란 간단히 말하면 ‘콘텐츠의 질을 높이면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인데, 출판계의 말로 바꾸자면 ‘좋은 책을 만들면 독자가 찾을 것이란 생각’쯤 되겠다. 사실 편집자가 좋은 책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 써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는 나온 지 한참 되었다. 그럼에도 ‘좋은 책을 만들면 눈 밝은 독자가 꼭 찾아줄 거야, 너무 이것저것 고민하지 말고 좋은 책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다독이며 근근이 지내던 터였는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니까’ 하며 건네는 얘기에 내 돈을(그것도 2만8천원이나!) 보태고 싶지는 않았다.
몇 달 뒤, 한 출판인 모임에서 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눴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을 읽고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고서 결국 책을 사고 말았다.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래, 열심히 이야기해봐라. 내가 넘어가나. 아무리 연결이 중요하다고 해도 연결할 그 무엇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다 쓸모없는 것 아닌가’ 하는 삐딱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책 속 사례를 하나씩 읽으면서 삐딱했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 책을 한동안 곁에 두고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독자들이 서로 돕도록 우리가 도울 순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노르웨이 일간지 《VG》의 사례나 고질적인 고정비 문제에 전향적으로 접근해 새로운 기회를 만든 펭귄랜덤하우스의 사례는 당장 고민해볼 거리를 던져주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3부에 나오는 사례였다. 탐사보도를 포기하고, 바이라인(필자 이름을 넣는 일)을 생략하는 것 등은 일견 매력적인 언론의 대척점에 있는 특징이다. 그런데 이는 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잘할 수 없는 것은 포기한 결과다. (자신이 그리는) 독자가 원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기도 하다. 그 덕에 이들은 동종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성장해갔다.
다양한 사례(경우에 따라서는 정반대 성격인!)를 소개한 뒤 는 여서 성공했다는 식의 결론을 보여주는 저자가 괘씸하기도 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답이었다. ‘당신의 고객을 이해하고, 무엇을 독창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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