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아이에게 태블릿을 쥐여주기로 결정한 다음, 아빠는 새 고민에 빠졌다. 아가님이 태블릿 중독이라도 되면 어쩌나?
중독이라면 어른도 자유롭지 않다. 일전에 어느 학술행사에 갔다가, 한국 사회의 게임중독이 늘어난 배경이 ‘외환위기 사태’라는 주장을 들었다. “나는 열심히 살았지만 사회는 나를 배신했다. 하지만 게임은 내가 노력한 만큼 보상을 준다.” 사회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성인들이 게임에 중독되기 쉽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그런가. 게임은 ‘공정한 보상’을 주는가, 아니면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주는가(그리고 한국 사회는 왜 공정한 보상을 주지 않는가). 차근차근 곱씹어볼 문제 같았다. 또 사람을 ‘중독’시키는 것은 게임 자체보다 그 보상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어린이 교육용 ‘앱’이 일부러 밋밋한 보상만 주는 까닭이기도 했다.
이 메커니즘을 아빠가 깜빡 잊고 있었다. 동그라미 블록을 동그라미 구멍에 넣고, 파란 네모를 파란 네모에 넣는 ‘모양 맞추기 앱’에서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며 열중하는 모습을 보며, 아빠는 마냥 뿌듯해했다.
문제는 아이가 너무 열심이라는 점이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으응으응!” 아이는 눈을 뜨자마자 태블릿을 달라며 졸랐고 아빠는 가슴이 철렁했다. 이 앱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성이었다. 악전고투 끝에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느끼는 아이의 성취감이 지나치게 컸던 것일까. 그것도 모르고 아빠는 “옳지, 어려운 문제도 잘 푼다”며 부추겼으니, 아휴.
“이러다 아이가 중독되면 어쩌나.” 마음이 무겁던 아빠는 어쩔 수 없이 극단적인 방법을 썼다. 아이가 안 볼 때 태블릿에서 모양 맞추기 앱을 지워버렸다. ‘아가야, 미안해!’
사실은 내 경험에서 나온 방법이다. 나도 가끔 게임에 빠지는 일이 있는데, ‘이러다 내가 중독되면 어쩌나’ 생각이 들면 눈 딱 감고 게임을 삭제한다. ‘그 게임을 다시 깔고 싶다’는 유혹에 며칠 시달리기는 하지만 효과는 확실한 방법이다.
자기가 좋아하던 앱을 찾지 못하자 이튿날 아가는 짜증을 냈지만 차차 적응했다(아이 나이가 더 들었다면 사용하기 힘든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보상이 약한’ 앱으로 모양 맞추기를 한다. 아빠로서는 진땀 빼는 시간이었다. 내가 깔아준 앱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부모라는 이름의 무게를 이때 처음 느꼈다. 책임은 무거운데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구나, 디지털 육아는 긴장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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