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가 찬성하는 것은? (가)자본주의 14% (나)사회주의 70% (다)공산주의 7% (라)모름 8%”
1946년 8월13일 가 발표한 미군정의 여론조사 내용의 일부다. 대학 신입생 때 해방 정국에서 남한의 민중이 압도적으로 사회주의를 원했다는 이 조사 결과를 접하고 선뜻 믿기지 않았다. 이후 여기저기서 이 내용을 다시 만나며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지금 기준으로 당시를 상상하는 건 위험한 일이구나, 언젠가 해방 당시의 이야기를 자세히 공부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한참 지난 2010년 즈음에야 해방부터 전쟁 때까지의 역사를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주제와 관련된 책부터 찾아봤다. 너무 학술적인 것 말고 대중교양서를 찾았는데 딱 내가 원하는 책을 찾기 어려웠다. 다행히도 강준만의 가 있었다. 스토리텔링을 하는 흥미로운 역사서라고는 볼 수 없지만, 성실히 자료를 묶어놓아 궁금한 내용을 두루 살펴볼 수 있었다. 새삼 강준만이라는 저자가 있음에 감사했다. 한편으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이 시대를 다룬 책이 이것뿐이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기를 다룬 좋은 교양서를 기획해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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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몇 년이 지났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도 잊힐 때쯤, 내 눈길을 사로잡는 책이 나왔다. 바로 (조한성 지음, 생각정원 펴냄)이다. 2015년 광복절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을 보고 ‘아, 맞아! 내가 내고 싶었던 책이 바로 이런 건데!’라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이제 이 기획은 접어도 되겠다’ 싶었다. 책은 1945년 8월15일 광복부터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다룬다. 흥미로운 건 당시 중요 인물이던 민족지도자 7명을 주인공 삼아 한명 한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여운형, 박헌영, 송진우, 김일성, 이승만, 김구, 김규식. 이것은 책에서 소개하는 순서인데, 해방 후 국내에서 활동을 개시한 순서에 따른 것이다. 7개 타임라인을 하나씩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해방 후 3년의 시공간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해방 후 3년이라 하면 이승만·김일성에 김구 정도만 떠올리고 거기에 여운형이나 박헌영은 그저 아련하게 덧붙여보곤 했는데, 이 책 덕에 훨씬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당시 지형을 그릴 수 있었다.
건국절 논란도 있었지만, 어쩌면 더욱 중요한 건 해방 당시 이 땅에 어떠한 열망과 욕망이 표출되고 경쟁하고 또 좌절됐는지 다시금 곱씹어보는 것 아닐까 한다. 혹시라도 이 책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면, 윤태호 만화 (전 6권)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등의 작가답게 살아 있는 캐릭터와 폐부를 찌르는 대사를 통해 해방에서 전쟁까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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