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응준(46)이 첫 산문집을 냈다. 소설가 신경숙(54)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칼럼 <font color="#C21A1A">‘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font>( 2015년 6월16일치)의 그 이응준. (비채 펴냄)엔 신문 칼럼, 문화·정치 평론, 언론 인터뷰, 대담, 일기, 독서 메모, 사담, 반려동물 육아일기, 페이스북 글 등 약 600편의 글이 실렸다.
모두 831쪽. 무거운 게 싫어서 가죽가방도 없고 근육도 없는 나로선 압도되는 분량이다. 진짜 읽고 싶은 사람만 읽으라는 듯. 작가도 독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투. 책 만듦새도 작가를 닮은 인상이다.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해온 등단 26년차의 산문론을 짧게 옮긴다. “산문가에게는 어떤 합리적인 요술도 허용되지 않으며, (…) 시와 소설에서는 미학일 수 있는 요소들이 산문으로 와서는 에누리 없이 흉한 반칙이 되고 만다.” 이 문장에서 이응준은 산문을 대하는 태도와 함께, 탁월한 예술가 가운데 탁월한 산문가가 의외로 드문 이유를 제시한다. 이 책을 “작가로서 치러낸 (…) 모든 백병전들에 대한 수기”라고도 표현했다. “산문은 시와 소설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친 격투기적 양식이다.”
권투에 대한 글(688쪽)로 격투기적 산문의 방법론을 짐작해본다. “잽을 많이 맞으면 누구든 맛이 가게 돼 있다. 스트레이트, 어퍼컷, 훅보다 무서운 게 잽이다. 오른손잡이가 오른손에 부상을 입어 억지로 왼손을 많이 썼는데 의외로 쉽게 이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은 그래서이다. 권투는 주먹보다는 다리의 운동이다. 정칙을 무한 반복해 형식이 감각으로 무르익으면 어느덧 정칙은 변칙으로 진화하고 그 변칙은 정칙을 이긴다. 세상 모든 강자들이 그러한 것처럼, 강한 권투는 역(易)이다.” 강한 산문의 빛나는 비유.
영국 일간지 은 2013년 5월과 2015년 10월, 통일에 대한 한국인의 무관심을 보도하면서 이응준 장편소설 (민음사 펴냄, 2009)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오히려 ( 쪽에서) 내게 묻더라. 왜 통일이나 북한 문제를 다룬 한국문학이 당신 것밖에 없느냐고.” 통일 이후 한국 사회에 대해 질문하고 상상하는 한국 소설가로 이응준을 특정한 것이다. 이런 주제를 붙든 한국문학이 영문 번역된 경우는 이응준이 처음이고, 한국 현대문학 지형에서도 이응준의 문제의식은 몹시 (희)귀하다.
이응준은 고정 독자층에서 오래, 깊이 읽히는 작가다. 그에겐 같이 슬퍼하고 견딜 만한 문장이 많다고 생각한다. 예민할수록 슬플 일이 많고 무던할수록 견디기 수월하다면, 예민과 무딤은 공존할 수 있다. 자극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감각과 담담함을 향하는 태도는 함께할 수 있다. “내 슬픔아, 이리 와, 그들을 멀리하고.”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1821~1867)는 저 글을 쓴 시에 ‘반성’이란 제목을 붙였다. ‘그들’은 ‘속된 쾌락에 재촉당하는 자들’. 이응준의 기도도 반성이다.
“어머니, 눈이에요./ 전능한 침엽수림과/ 달빛 바다 묘지에/ 무쇠 같은 눈이 내려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 제가/ 형용했던 모든 것들이/ 폭력입니다.”(‘주기도문’ 전문)
석진희 디지털뉴스팀 기자 ninano@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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