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1904~87)입니다. 한국에서 꽤 알려진 제 책으론 <신화의 힘>이 있어요. 28쇄 찍었죠. 소설가이자 번역가, 신화학자인 이윤기(1947~2010) 선생이 제 책을 여럿 번역했어요. 한국 독자와의 만남에 그의 공이 작지 않지요.
음, 이러면 더 친하게 느껴질까봐 하는 말인데, 영화 <스타워즈>가 어떻게 나온 건지 아세요? 미국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작가 조지 루카스(72)가 저랑 신화 얘기하고 놀다가 만든 거거든요.(덩실) 아 그때 재밌었어요. 같이 각본도 쓰고, 루카스는 저만을 위한 시사회도 열어줬지요. 1977년 <스타워즈>가 시작된 뒤 흥행 대박 난 판타지와 블록버스터 다수는 <스타워즈>의 문법을 따라요.(더덩실) 신화의 주요 레퍼토리인 영웅 서사죠. 미성숙한 단계에서, 독립된 개체로 나아가, 개인의 무한한 잠재력을 펼치는 거예요.
<여신들>(구학서 옮김, 청아출판사 펴냄)은 미국에서 2013년에 나온 책입니다. 한국어로는 3년 만의 번역. 저의 신화 연구가 남신에 치중됐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만, 제가 신화에서 우선적으로 논의하려는 중요한 주제는 ‘여신들’이에요. 30년 이상 연구했죠. 이 책엔 1972~86년 여신을 주제로 강의한 내용이 담겼어요. 억압받던 여성들이 제 목소릴 내고 있단 걸 알아요. 저는 믿고 있었습니다. 학생들한테도 말했어요. “신화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란 남자들이 오래전부터 말해온 것에 불과하니, 이제부터는 여자의 관점에서 여성의 가능성에 대해 남자에게 말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다.”
지난 2000년 동안 여성의 신화적 모델은 존재하지 않죠. 여성의 투쟁은 당연한 겁니다. 남성이 주인공인 세계에선, 여성은 남성과의 경쟁관계 속에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보다 더 오랜 400만 년 동안 남성과 여성은 협력 관계였어요. 반론도 많지만, 인간사회의 가장 단순한 형태인 경작 시대부터 권위는 여성에게 있었다고 봅니다. 사냥보다 사육과 경작이 훨씬 중요한 시대거든요.
초기 신화에서 태양은, 대지와 마찬가지로 여성을 가리켜요. 태양=자궁의 불=생리혈. 이 셋은 같은 상징이죠. 그다음, 여성은 세상을 둘러싼 하늘로 신화화돼요. 철학적으로 말하면, 여신은 감각들의 형상 모음인 ‘마야’(Maya), 그러니까 감각의 최댓값이죠. 시간과 공간 속에 처진 ‘의식의 궁극적 울타리’란 뜻입니다.
이 책은 시간상으로 구석기-신석기-청동기부터 르네상스, 공간상으로 인도·유럽과 수메르와 이집트, 그리스 등을 474쪽에 아우릅니다. ‘창조주 여신’을, 통치했다가 몰락했다가 다시 귀환하는 여신들을 만날 수 있어요. 2000년에 걸친 가부장적 유일신 문화의 폭주에도 끝내 살아남은 여신. 이 신들을 현대화하면 이런 신화가 쓰일지 모르죠. ‘오빠병’ 걸린 아재야, ‘오빠’로 개명을 하거라. 나는 너를 이씨 김씨 박씨로 부를 거지만!
알파고 시대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신화냐고 하실 분들에게. 신화에서 신이란 자연의 ‘생명력’이 인격화된 존재입니다. 생명력은 내 안에도 존재하죠. 신에 대한 숙고는 나의 정신과 자연의 힘에 대한 숙고예요. 신화는 고리타분한 옛얘기가 아닙니다. 신화에 매진한 80년을 탕약처럼 쥐어짠 엑기스 하나 드릴게요. 상황을 희극적으로 보면 영적인 거리가 생깁니다. 그 거리에서 숨통이 트이고 바람이 불죠. 유머가 여러분을 구원할 겁니다.
석진희 <한겨레> 디지털뉴스팀 기자 ninano@hani.co.kr<한겨레21> 1136호에서는 도대체 대통령이 무슨 자격으로 자괴감이 들고 괴로운지 집중 파헤쳐 봤습니다. 이름하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집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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