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 한반도가 뜨겁다.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계획 탓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안보’를 내세워 사드 배치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를 포함해 남쪽에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반면 한반도 남북 사이는 더 차갑고 냉랭해졌다. 북한은 7월19일 탄도미사일 3발을 남쪽을 향해 쐈다. 성주에 배치할 예정인 주한미군 사드 체계에 대한 경고성 훈련이다.
속담처럼 된 한국 붐
1950년 여름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는 항상 냉온탕을 오갔다. 반짝 햇볕이 비쳤던 몇 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기는 냉탕에 가까웠다. 살얼음을 걷는 듯 불안한 남북관계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잊힌 전쟁’일지 몰라도, 한국전쟁은 한반도에서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사드라는 먹구름이 한반도에 드리운 지금, 한국전쟁을 곱씹어보는 일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지난 6월 출간된 은 독일 역사학자인 베른트 슈퇴버 포츠담대학 교수가 썼다. 독일 현대사를 연구한 슈퇴버 교수는 ‘같은 분단국’인 한국 현대사에도 자연스레 관심 갖게 됐고, 한국 학자들과도 오랜 교류를 이어왔다.
한반도 현대사와 한국전쟁을 독일 학자가 연구한 것은 처음이다. 실제 이 책은 독일 아마존에서 상당 기간 판매량 상위에 올랐다고 한다. 은 독일 독자를 위해 쉽게 쓰인 역사 입문서다. 1910년 일제 식민지로 있던 조선의 역사부터 시작해 한반도의 분단과 한국전쟁, 휴전과 이후 두 나라로 갈라진 한반도에서 냉전시대에 어떤 갈등이 벌어졌는지 시기별로 꼼꼼하게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물론 독일 학자의 ‘외부 시선’이다보니, 한국 독자들이 읽기에는 구체적인 묘사가 부족하다거나 ‘다 아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불만을 상쇄할 만큼, 냉전시대 분단국가인 독일과 한국의 역사를 넘나들며 서술한 대목들은 흥미롭다. 독일인들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분단된 독일에서 또 다른 ‘형제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한국전쟁은 국가를 수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전쟁이 발발하자 서독은 엄청난 전쟁의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
냉전의 그늘은 경제적 동맹도 나눠 맺게 했다. “한국전쟁이 가지고 온 경제적 변화는 여론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경제는 전설적으로 도약했다. 이제 속담처럼 된 한국 붐은 서독에서 제한 없이 생산력을 가동하도록 했다. 미국이나 다른 서방국가들이 군수품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더는 충달할 수 없게 되자 서독이 생산력을 가동해 필요한 군수품을 생산해냈다.” 서독은 1960년 이후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큰 남한 투자국이었고, 동독은 중국과 소련에 이어 3번째로 큰 북한 지원국이 되었다.
전쟁의 속살, 현재의 행위역사를 개괄하면서도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의 공황심리 등 ‘전쟁의 속살’을 미시적으로 짚으려 한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다. 해제를 쓴 한성훈 연세대 역사와공간연구소 연구교수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하며 이렇게 썼다. “우리가 과거를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기억을 넘어선 행위는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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