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기다려도 해갈은 멀고, 기다리지 않아도 가뭄은 온다. 지혜는 예부터 있었다. 저수지 파고 물길 내는 것. 정치에 관한 ‘생각의 물길’을 내주고 ‘의지의 물그릇’이 되어줄 책은 없을까. 이런 대목은 어떨까.
“일본의 정치는 이른바 ‘선거 절대주의’적 성향을 띱니다. 다수결에서 이긴 세력이 전횡을 휘둘러도 대항 세력은 ‘울다가 잠들’ 뿐입니다. (…) 일본 사회는 전반적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를 점차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이라고 다를쏜가.
‘정치적 사고’를 벼리고 다듬고 익히는 데 길잡이로 삼을 만한 책이 출간됐다. 앞의 인용구가 담긴 (사계절 펴냄). 스기타 아쓰시(57) 일본 호세이대학 법학부 교수가 썼고, 임경택 전북대 일어일문학과 교수가 옮겼다. 한국어판을 위해 두 사람이 나눈 특별 대담도 실었다. 스기타 교수는 민주가 아니라 폭주로 치닫는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지식인이다. 평화헌법 개정 반대, 원자력발전소 국민투표 결정 등을 내건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다.
책의 본디 이름은 . 원서와 한국어판 제목이 어떤 책인지 대강 알려준다. 정치인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정치적 사고’를 심화해야 하거니와, 그 출발이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 “자신이 책임을 져라!”
책은 정치를 두고 우리가 잘못 생각하거나 대충 여겨버리는 것들을 하나씩 바로잡는다. 지은이가 뽑은 개념은 8개(결정·대표·토론·권력·자유·사회·한계·거리). 8가지 물음을 따라가며 ‘생각의 좌표’가 될 만한 문장을 하나씩 인용해본다.
①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가. “시대의 흐름을 타고 빨리 결정해야 한다거나 정치도 더욱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은 정치의 부정으로 이어집니다.” ② 대표, 왜,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여러 목소리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됩니다.” ③ 정치에 올바름은 있는가. “정치에서는 ‘올바름’을 마구 추구해서도 안 되지만, ‘올바름’ 같은 건 없다고 돌변해서는 안 됩니다.” ④ 권력, 어디에서 오는가. “권력에 대한 저항이란, 자신을 그 안에 포함하고 있는 권력을 바꾸는 일이므로 반드시 자신에 대한 저항을 포함합니다.”
⑤ 권력을 없애면 좋을까. “자유로운 상태는 단지 권력이나 정치를 부정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권력이나 정치에 의해 실현해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⑥ 국가도 시장도 아닌 그 무엇, 사회. “사회와 국가, 사회와 시장은 밀접한 관계에 있고, 간단히 분리할 수 없습니다.” ⑦ 정치가 전면화해도 좋을까. “정치에 제동을 걸 부분을 확보해두는 것, 정치의 한계를 제도화해두는 것이 정치를 건전하게 하고 오래 지속시키는 방법입니다.” ⑧ 정치와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정치는 인간 사회와 관련된 복잡한 작업이라는 사실에 우선은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지은이의 주장은 칼 포퍼가 주창한 ‘점진적 사회공학’(piecemeal social-engineering)에 닿는다. “일본어로 ‘지리힌’(じり貧·점차 가난해지거나 상황이 나빠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천히 한 발씩 나아가면서 지리힌이 발생하더라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봄인가. 계절풍이 분다. ‘선거 바람’이다. 이번에도 투표만 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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