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너무 멀다.
“차이가 없으면 소통의 필요가 없다. 흔히 불편하게 생각하는 서로의 ‘차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조건이다.”(한나 아렌트)
이 말은 너무 아프다.
“안전벨트가 답답하다고 생각하신다면 휠체어는 어떨지 생각해보십시오.”
사고 예방 포스터 문구다. 안전벨트 매지 않으면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될 거라는 겁박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심대한 인권침해라는 사실. 만약 휠체어가 ‘생활필수품’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저 문장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책에서, 장애가 있는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 이런 광고를 보면 휠체어를 사용하는 게 뭐 그리 나쁜 일일까 생각을 합니다. 장애는 부정적인 것이고 삶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은 광고효과는 높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장애에 대해 더 잘 아는 우리들에게 그건 모욕이에요.”
(김민아 지음, 뜨인돌 펴냄)은 질병·노화·장애가 수많은 편견·낙인·차별로 내몰리는 현실을 고발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하자는 책이다. 부제는 ‘대한민국에서 질병과 장애는 어떻게 죄가 되는가’. “아파서, 장애가 있어서, 몸의 기력이 예전 같지 않아서 집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동그마니 혼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공황장애로 흔들리는 50대 직장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60대 요리사, 당뇨에 신음하는 40대 남자, B형간염을 앓는 30대 남자, 재생불량성빈혈에 시달리는 20대 여자, 차고 넘치는 사례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증거한다.
상담·사회복지를 전공한 지은이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영화 기획을 맡고 있다. “한꺼번에 피어버린 꽃밭처럼 어지러운”(김창완 노래 ) 옛일이 무엇일까 골똘할 만큼 섬세하게 사람과 사회를 응시하는 것도 그의 ‘업무’다. 인권위에 진정서를 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사연을 지은이는 편지 쓰듯 경어체로 전한다. 서로 대화하자는 것이다. 공감을 위해서다.
별별 시선으로 보니, 별별 차별을 하게 된다는 걸 지은이는 인권위에 진정돼 조사된 사례를 통해 하나하나 보여준다. 65살 이상이라는 나이 때문에 취업이 가로막히고 해고당하는 노인들. 한 노인은 “나는 아직 쓸 만한데 일을 주지 않는다”고 적었다. 체중 감량을 못하면 사직서를 쓰라는 회사도 있다. 돼지 궁둥이에 출하 도장을 찍듯, 비만이라는 이유만으로 낙인을 찍는 행위다. 회사 전자우편 내용이 이런 식이다. “과체중으로 산행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씨는 한 달간 결과를 본 후 조치할 예정이니 미달성에 대비하여 사직서를 미리 준비하기 바랍니다. 의지가 부족한 자는 결국은 자신을 망가뜨리고 회사에도 큰 누수를 주기 마련입니다.” 낙인을 넘어 협박이다.
특정 질병을 이유로 한 별별 차별도 끈질기다. 입사 거부, 진료·수술 거부, 사생활 보호 거부, 입소 거부, 가입 거부, 휴가·병가 거부…. 지난해 여름 한반도 남쪽을 혼란에 빠뜨린 메르스는 어떤가. 정부의 무능과 무대책, 반인권은 어이없을 정도였다. “국가가 지켜내야 하는 것들 중 국민의 존엄을 보장하는 일보다 더한 가치는 없습니다.” 인권의 하나인 건강권이 너무도 쉽게 무시되는 현실을 지은이는 끈질기게 서술하면서 반성과 개선, 동참과 연대를 호소한다.
아픈 사람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아픈 사람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아파본 사람은 안다. 차별금지법안은 10년째 국회에서 제정되지도 못하고 있다. 아픈 앎, 더 아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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