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진부해질 즈음 새로운 시대적 질병이 나타났다.
멜랑콜리, 앙스트, 건강염려증, 히스테리, 증기, 비장, 신경쇠약, 정신신경증, 우울증, 공포증…. 이 모든 불쾌한 증상의 공통된 감정은 ‘불안’이다. 앞날의 고통에 대한 끝도 없는 걱정, 서양 문명의 공통적인 특성, 슬픔이나 고통으로부터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기제, 존재에 수반되는 이 넓고 깊은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인가.
옳은 두려움을 갖는 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불안은 누구나 겪는 인간 존재의 실존적 특징이라는 점에서, 또 최근 갑자기 진단이 급증한다는 점에서 만들어진 질병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1980년 이전에는 사회불안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오늘날엔 미국인 10% 이상이 일생 중 어느 시점에 사회불안장애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고 이 가운데 30%는 급성으로 심하게 겪을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집안 대대로 불안장애와 싸워왔고 그 또한 불안장애로 고통받았던 스콧 스토셀에게 불안은 ‘나는 존재한다’는 말만큼이나 실체가 확실하다. 걱정·겁·두려움·안절부절·긴장·초조·조마조마함·떨림·무서움 같은 일상적인 감정과 심장이 조여드는 듯하거나 식은땀을 흘리고 몸의 감각이 마비되는 느낌은 모두 실제다.
(반비 펴냄)는 발표 불안, 구토공포증으로 고통받는 지은이가 30년 동안 갖가지 방법으로 자신의 불안장애와 씨름해온 투병기면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앓아온 여러 가지 두려움에 대한 보고서다. 사람들 앞에서 토하거나 울거나 비행기 같은 좁은 장소에서 쓰러지거나 여러 종류의 틱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은이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먹어온 항우울제와 안정제들의 약효와 부작용을 자세히 알려주기도 하고 약이 말해주지 않는 불안의 의미를 탐색하기도 한다.
불안은 자아에 대한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 시각을 방어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왜 다른 사람보다 그렇게 예민하고 불안한가. 트라우마가 대를 건너 전이되기도 하고 같은 시대에는 공통적인 불안 감정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불안은 유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사회적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덜 불안한 것은 아니다. 다만 나약하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식의 자기책임론에서 벗어날 수는 있다.
구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약과 전기충격 치료, 명상, 최면, 정신분석 등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온 지은이의 경험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책 제목처럼 불안과 완전히 결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공황장애를 겪어본 사람들은 공황장애에 대한 두려움, 두려움을 피하려는 자신에 대한 실망 등이 겹쳐서 전쟁이나 지진보다도 두려움을 더 두려워한다. 두려움 자체에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엔 불안증이 있는 사람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오늘날엔 건강한 사람이 불안장애를 비롯한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저항력이 무엇인지가 관심이다.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건지는 심리적 특성은 회복탄력성이다. 사람들은 도덕적 지침이나 신념, 역할 모델을 지지대 삼아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넌다. 저 뒤엔 또다시 깊은 계곡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당장 건너야 할 이곳만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를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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