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드레밥은 뜯어온 다음날 해먹는 것이 제일 맛있습니다. 묵나물을 삶아서 해먹기도 하지만 큰산나물이 한창일 때 곤드레가 제일 맛있고, 다른 여러 가지 나물도 제철이라 가장 맛있습니다. 잡냄새가 없고 독성이 없는 곤드레를 저녁에 삶아 물에 담가놓았다 아침밥을 합니다. 나물을 많이 넣고 밥을 할 때 역한 나물 냄새를 제거하지 않으면 독이 있을 수도 있고 냄새에 물릴 수도 있다며 어머니는 여러 번 헹구어 나물밥을 합니다.
깨끗이 헹군 나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들기름과 들깨소금을 듬뿍 넣고 소금으로 간하여 무쳐놓습니다. 밥물은 평소보다 적게, 아주 고두밥이 될 만큼 붓고 무쳐놓은 나물을 위에 올려 밥을 해야 고슬고슬하고 맛있는 곤드레밥이 됩니다. 밥이 질면 정말 맛이 없습니다.
한겨레 이병학 기자
양념간장은 마늘을 채쳐 잘게 다져 넣고 파와 고춧가루, 참깨소금, 아껴두었던 참기름을 넣고 만듭니다. 막장에 박아두었던 고추장아찌를 다져 넣고 파와 마늘잎과 멸치를 넣고 빠듯하게 끓인 막장에 비벼 먹는 것이 간장에 비벼 먹는 것보다 더 맛이 있습니다. 반찬으로는 싸리나물을 막장으로 양념해 무치고 참나물은 고추장 양념하여 무칩니다. 나물밥에 나물 반찬은 정말 맛있습니다.
대추나무 잎이 피면 큰산나물이 난다고 합니다. 대추나무 잎이 너무 퍼지기 전 동네 여러 가족들이 모여 연중행사처럼 1년에 한 번 먼 사제산으로 곤드레를 뜯으러 갑니다. 산세를 잘 아는 남자들이 지게를 지고 함께 가야 나물을 많이 뜯을 수 있고 올 때 고생을 안 합니다. 사제산으로 나물 뜯으러 갈 사람들은 어둑어둑한 새벽에 점심밥을 싸가지고 하일 동네 어귀에서 만나 갑니다.
큰산나물은 야산나물이나 들나물처럼 비리비리하지 않고 포기가 아주 실합니다. 싸리나물은 키가 60cm씩 되는 포기 윗부분을 자르면 두 손이 넘칩니다. 20~30cm 정도 자란 곤드레는 뜯으면 줄기에서 ‘펑펑’ 소리가 나는 것이, 한 포기가 두 손에 넘치도록 실합니다. 참나물은 많이 뜯지 않습니다. 얕은 맛은 있지만 묵나물을 만들기는 좀 재미가 없어서입니다. 곰취도 많고 나물취도 많지만 가장 독성이 없는 곤드레를 제일 많이 뜯습니다. 무같이 큰 더덕을 일곱 뿌리나 캤습니다. 낙엽이 썩어 쌓인 땅은 폭신하여 더덕이 마음 놓고 깊이 뿌리를 내려 아주 곱고 미끈하게 자랐습니다.
처음에는 보자기와 점심 보따리를 어깨에 엇메고 다래끼 하나씩 차고 큰산 구릉 따라 이쪽저쪽으로 흩어져 올라가며 흐들스러운(흐드러진) 나물을 뜯어 어깨에 멘 보자기에 넣습니다. 점점 무거워지면 보자기를 한데 모아놓고 다래끼만 차고 흩어져 뜯어 보자기 있는 곳으로 와서 나물을 모아 쌓습니다.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누구야~ 부르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자칫 산등성을 넘으면 완전히 딴 마을이어서 길을 잃지 않도록 극히 조심합니다. 골짜기에서 나물을 뜯는데 등 너머 쪽에서 사륵사륵 소륵소륵 가랑잎 밟는 소리가 나서 우리만 떨어진 줄 알고 등성이에 올라가보니 까맣고 하얀 점이 있는 뭉툭하고 몸통이 큰 한 발이나 되는 뱀이 낙엽 위를 열심히 기고 있었습니다. 흙질 백질이다~ 동시에 소리쳤습니다. 옆집 아줌마가 엄마야~ 뱀이 어떻게 이렇게 잘생겼누, 잡아다 팔아야 되겠다고 설쳐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보자기가 다 찼습니다. 모두 맑은 도랑물가에 모여 싸온 점심밥을 먹습니다. 꼬시네(고수레)~ 보자기가 철철 넘치도록 나물을 뜯게 해주소서, 산삼을 캐게 해주소서, 하며 먹기 전에 밥을 나무젓가락으로 집어 주위에 뿌립니다. 막장이나 고추장을 싸가지고 와서 싱그름한 참나물, 호박잎처럼 큰 곰취나물, 도랑물 가까이서 자란 앞은 파랗고 등은 빨간 얄가지라는 취나물에 쌈을 싸서 먹습니다. 백김치를 물에 헹궈 밥을 싸먹고 긴 마늘종장아찌는 고개를 벌렁 젖히고 깔깔 웃으며 먹었습니다. 진이 나는 하얀 더덕과 더덕 줄기도 고추장에 찍어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별로 나물 뜯을 마음들이 없어졌습니다. 뜯을 때는 좋았는데 갈 길이 아득합니다. 네 폭 보자기에 가득한 나물은 혼자서는 들어 머리에 일 수가 없습니다. 싸리가지 껍질을 벗겨 멜빵을 만들어 지고 산 밑까지 내려와서 여자들은 이고 남자들은 지게에 지고 옵니다. 괜히 많이 뜯었다고 후회하며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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