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도심 쓰레기매립장에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세계적인 공연장을 짓겠다고 한다. 5천억원에 이르는 예산 확보가 관건인데, 울산시의 고심이 깊다. 세계적 규모의 공연장 건립은 민선 8기 김두겸 울산시장의 핵심공약 사업이다. 김 시장은 취임 때부터 ‘노잼도시’(재미없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지닌 울산시를 ‘꿀잼도시’(매우 재미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공연장은 그 가운데 하나다.
애초 김 시장이 공약한 공연장의 건립 장소는 ‘울산교 일대 태화강 위’다.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국가 하천인 태화강 위에 거대한 공연장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두고 우려가 터져나왔다. 진입도로와 주차장, 생태환경 문제는 물론, 하천 점용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발 물러나 새 후보지를 찾은 울산시는 2024년 12월 말 삼산매립장에 공연장을 짓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삼산매립장은 12만610㎡ 면적으로 1970년 국가공단 주변 완충녹지로 지정돼 1981년부터 1989년까지 149만㎡의 생활쓰레기를 묻은 곳이다. 30년간의 토지 이용 제한과 사후관리 기간이 모두 종료됐다. 그동안 버려진 땅에 공연장을 지어 예술·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게 울산시의 계획이다.
삼산매립장은 고속전철과 동해선 광역전철 등이 다니는 태화강역과 가까워 접근성이 높다. 또한, 삼산매립장이 이미 울산시가 유치한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주무대인 만큼 인구유입 등의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도 있다.
공연장은 건축 면적 1만5천㎡, 연면적 5만㎡에 지상 5층으로 짓는다. 2500석과 1천 석의 다목적 공연장 2곳으로, 모두 3500석 규모다. 울산문화예술회관(1500석)은 물론, 부산시가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하는 오페라하우스(2100석)보다 큰 규모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콘서트홀은 2700석이다.
울산시는 2025년 1월 중 용역을 통해 국내외 저명한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공연장 건축 디자인 공모에 나선다. 연말까지는 디자인을 받아보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부터는 실시설계와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 절차를 진행해 2028년 사업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문제는 최소 5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예산이다. 울산시 한 해 살림의 10% 수준이다. 이를 자체적으로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우선 울산시는 ‘국제정원박람회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국비 확보에 나서겠다고 했다. 애초 김두겸 시장은 중앙정부와 긴밀한 교감을 했다며 예산 확보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최악의 경우 원점에서 다시 국비 확보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시는 지역 기업체에 사회공원 차원의 민간투자 참여를 제안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주성미 한겨레 기자 smoo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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