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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스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 예일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아나키스트인 제임스 C. 스콧이 쓴 (여름언덕 펴냄)는 아나키즘이 뿌리를 둔 자유와 협동의 세계관으로 바라본 세상을 그린다. 저자는 이를 ‘아나키스트적 사시(斜視)’라고 불렀다.
저자는 아나키즘이 추상적인 철학이나 몽상이 아니라 인간다운 품위를 지키려는 상식의 발현임을 강조한다. 자유와 평등, 협동 등 아나키즘의 기본 정신은 자연에 내재한 근본 법칙으로 인류사의 저변에 거대한 힘으로 작용한다고.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김훈씨는 “아나키즘은 국적이 없고 차별이 없고 착취가 없는 ‘세상을 보는 따듯한 눈길’ 같은 것이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않는 교육학자의 마음에, 삭막한 도시인의 마음을 녹여주는 순박한 웃음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나키즘은 항상 위협받고 있다. 국가와 자본의 냉혹한 욕망이 어떻게 세상을 획일적으로 나누고 때로는 파괴하는지도 그려나간다. 인간 사회의 곳곳에 편재하는 위계적 질서, 지배와 종속, 갑과 을의 관계의 문제를 꼬집는다. 저자는 위계권력에 도움을 주는 질서, 합리성, 작업공정 등을 ‘통제와 유용의 풍경’이라 부른다. 일테면 대대로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거의 보편화된 시스템은 그것이 신원 확인을 하는 데 쓸모 있다는 사실을 국가가 알아채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시스템은 국가의 발전과 더불어 확산됐다. 이제는 개인식별번호, 지문, DNA 검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지만 어쨌든 그런 시스템은 감시와 통제의 수단으로 창안된 것이다. 경제학자 케니 볼딩은 “어떤 조직(혹은 국가) 규모가 크면 클수록, 권위주의적 요소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조직의 최고결정권자가 가상적이고 허구적인 세계 속에서 놀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경고했다.
저자는 “가부장제적 가족과 국가, 위계조직들이 빚어낸 누적 효과들이 자발적인 상호관계의 능력이 결여된 수동적인 신민을 길러내는 게 아닐까”라고 묻는다. 그렇다면 자주성과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길은 무엇일까? 그는 ‘아나키스트식 유연체조’를 권한다. “합당하지 않은 사소한 법들을 매일 어기도록 하세요. 어떤 법이 정의롭고 합리적인 것인지 아닌지 자신의 머리를 사용해서 직접 판단해보세요. 그렇게 하다보면 여러분은 날렵하고 민첩한 정신자세를 유지하게 될 겁니다.”
미국에서 2012년에 출간된 이 책에 대해 미국의 카토 인스티튜트에서는 “이 책을 통해 종종 아나키스트의 시선으로 눈운동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그럼에도 시야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많은 것에 대해 장님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아나키즘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아이콘택트를 원하는 독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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