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비치 제공
몇몇 카페에는 아직 칸막이와 미니커튼이 달려 있던 시절, 조용한 한낮 한적한 구석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옆 칸 연인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는 결혼하면 정말 오빠를 왕처럼 해줄 거야, 왠지 알아? 그래야 내가 왕비가 되는 거잖아~.” “그래 우리는 최고의 왕이랑 왕비가 되는 거야!” 아아, 나는 커피잔을 쥔 손목이 오그라들듯이 부끄러우면서도 결국 호기심 때문에 눈을 들어 저쪽 커튼 너머의 연인들을 쳐다보았다. 누가 곁눈질하는 줄도 모른 채 둘은 지극히 진지했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꼭 잡고 있었다.
현실세계의 밀어는 남이 옆에서 듣기에는 코미디 같다. 당사자뿐 아니라 남들이 들어도 같은 효과가 나게 하려면 많은 공작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작품에 이런 효과의 고백을 실으려면 “내가 넌지 네가 난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널 사랑해”(드라마 ) 정도로 치환돼야 한다. 게다가 옆자리에서 라이브로 들리는 밀어가 정말 애틋한 사랑처럼 들리게 하려면 또 다른 종류의 대사가 필요하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겪고 있는 이 느낌을 제3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오히려 과장과 치환이 필수다. 그래야 비로소 남이 보기에도 사랑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는 우리가 정말 저렇게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가를 묻게 한다. 그리고 이 오글거림이 가장 잘 나타나는 배경이 바로 연인들이다. 에서 걸러지고 매만져지지 않은 채 그대로 보여주는 현실 사랑의 말은 밀어라기보다 괴물의 웅얼거림같이 들린다. 작품 속에서라면 “함께 저녁이라도 먹을까요” 정도로 표현돼야 할 대사는 현실에선 “우리 밥이나 먹어요, 지금 당장!”이고, 책에서라면 그윽한 눈빛을 주고받다가 키스 끝에 허리를 안고 들어갈 법한 잠자리지만, 현실에서는 형광등 아래 두리번거리다 느닷없이 침대 속 멀뚱멀뚱 연인으로 이루어진다. 사랑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명확하지 않고 전개도 모호하며 그때 한 키스가 사랑이었나, 아니면 있다보니 얼떨결에 하게 된 건가도 불분명하다. 하지만 은 또, 조잡해 보이는 순간도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하나하나 따로 조명하며 대접해준다. 뒤죽박죽이 된 시간 속에서, 화장실 문이 고장나 변기에 30분째 앉아 있는 연인을 구출해줄 때도, 썸을 탈락 말락 하는 남자의 숙소에서 깜박 졸다가 부스스한 머리로 나올 때도, 그 모두가 이 러브 스토리의 일부이며 매 순간이 다 똑같이 반짝이고 생동하는 사랑의 시간이었다. 그날 그 충무로의 연인들을 오늘 떠올려보면, 닭살스러움보다는 그들의 진정성이 더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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