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그가, 출마한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이 오는 6월4일 지방선거 때 경남 사천시장 출마 계획을 밝혔다.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사실 시간문제였다. 그는 2013년 3월 강제 해임으로 불명예 퇴진한 지 1년도 안 돼 정치 행보에 나섰다. 김 전 사장은 와의 전화 통화(1월22일)에서 “방송을 기획한 문화 디자인 전문가로서 사천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엔 “새누리당이 7월30일 치러지는 서울 쪽 보궐선거에 출마를 권유했다”는 ‘천기’도 누설했다.
그의 선거 출마는 MBC 본사 사장으로 선임(2010년 2월26일)되기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그는 ‘정치 기자’였다. 정치부 기자 생활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정치인을 추종하는 기자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론인 김재철은 정치인 김재철로 가기 위한 통과 코스였다”고 그를 겪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사장 취임 직후부터 MBC 구성원 다수는 사장의 역할보다 사장 경력을 활용한 그의 정치 행보를 주시했다.
그의 ‘사천 관리’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 자신이 “25년간 고향 사천을 한 달에 한 번씩 다녀갔다”( 인터뷰)고 밝히고 있다. 사장 재임 시절 사천을 찾아 그가 닦아온 ‘정치 여정’을 취재한 적이 있다. 한 주민은 “2006년 지방선거 전후로 ‘재철아 사랑해’란 문구의 펼침막이 사천 시내에 내걸렸다”고 전했다. 사장 선임 당일엔 산악회·동창회·종친회 명의의 축하 펼침막 20여 개가 시내에 나붙었다. “김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을 여러 번 강조했다. 사천 시민들은 사장 임기를 마치면 정치하러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도 들렸다. MBC의 한 고참 기자는 “부국장 시절이던 2000년부터 사천시장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치고 다녔다”고 귀띔했다. 청주MBC(2008~2010년)와 울산MBC(2005~2008년) 사장 시절엔 간부 워크숍을 사천에서 열었다. 2007년엔 주소도 사천으로 옮겼다.
그의 ‘정치적 미래’를 단언할 순 없다. 다만 그의 MBC 사장 시절을 돌이켜 유추할 순 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사장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을 따라 걷는 데 그는 주위 눈치를 보지 않았다. 충청북도 도청에 업무보고(2008년 7월)를 받으러 온 대통령 앞에서 그는 청주MBC 사장 신분으로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을 브리핑했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최대주주) 이사장의 ‘조인트 발언’ 파문(김 전 사장이 청와대의 지시대로 계열사·자회사 임원 인사 단행)은 ‘충격’이었다. <pd>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 등 정권을 불편하게 할 프로그램을 줄줄이 불방시켰다. 그의 파행에 맞서 노조는 재임 중 두 차례나 파업을 벌이며 무더기 해고와 징계를 당했다. 그의 지휘 아래 MBC의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그를 사장으로 뽑고 줄곧 비호하던 방문진 여당 이사들까지 가세해 해임안을 가결했다.
그는 공영방송 사장의 역할보다 자신을 임명해준 정치인의 뜻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그때’를 자랑스러워하며 ‘그때’를 밑천으로 정치를 하겠다면, 분명 사천 시민은 불행할 것이다. ‘김 전 사장의 의중에 있어야 할 시민들’은 정작 ‘김 전 사장이 의중을 살피는 누군가’의 뒷전으로 늘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정치인 김재철씨’에게 약속 하나를 상기시켜드리고 싶다. 사장 선임 직후 ‘공정성 훼손’을 우려하며 출근을 막는 노조 앞에서 그는 열기 띤 목소리로 약속했다. “공정방송 하겠다. 당당히 권력과 맞서겠다. 남자의 약속은 문서보다 강한 것이 말이다.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내게 돌을 매달아 한강에 던져라.”
약속은 정치인의 생명이다. 그 약속 어찌할 텐가.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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