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빛나 제공
기타도 못 치는 나님이란 존재, 그래도 직접 기타 한번 만들어보면 자기 사물에 대한 열정으로 기타 배우기에 더욱 애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솔직히 말하자. 그거 자작 문화에 얽힌 판타지다.) 앞서 인천 부평 콜트 공장에서 방망이 깎는 노인의 심성을 가진 장인 기질 충만한 목수와 3일 동안 감금당하듯 기타 만들기를 한 이후, (물론 그 기타는 아주 정석의 음계를 가진 멋진 소리가 난다) 좀더 내 멋대로 소리를 낼 수 있는 기타를 힘 덜 들이고 만들 방법이 없을까 머리를 굴리게 되었다(이 자유로운 변칙 복서의 영혼 어쩔 것인가). 구글링을 해보니 역시 자작의 세계는 넓고도 깊어 ‘시가 박스 기타’(Cigar box Guitar)라는 커다란 덕후의 바다를 발견하게 되니 이거 역시 책 한 권 쓸 만한 역사다.
대략 1840년대 이후 잎담배들이 책만 한 사이즈의 나무 박스에 담겨 판매되기 시작할 때부터 그 역사를 같이 시작했음직한 이 기타는 대야로 만든 베이스, 빨래판 등과 함께 흑인들이 블루스를 연주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고. 지금이야 구글링에 걸리는 그 다채로운 시가 박스 기타들이야 과시적 자작 문화의 향취가 슬쩍 묻어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어찌나 다양한 기타들이 흥미로운 방식들로 만들어져 있는지 역시 표준 생산된 기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포스가 압도적이다.
눈요기는 실컷 했겠다, 함께 만들 이들도 세심하게 연락해 랩 인생 10년에 사운드를 공부하는 친구까지 초대했다. 이런저런 소스를 밑천 삼아 초저렴 간단 버전 박스 기타를 만들어보겠다며 각목에다 기타 줄을 대신할 공사장용 먹실에, 줄 감을 헤드 장치를 대신할 고리형 너트에, 상판 대신 써보겠다고 인쇄용 소부 판까지 동원됐다. 소리 좀 증폭시켜보겠다고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넣네 마네 했던 건 지금 생각해도 좀 오버다. 어쨌든 3줄이든 4줄이든 무슨 상관이랴 ‘내 영혼이 부르는 그곳을 향해 가세’하며 신나서 만들었다.
만들고 나니 이거 뭐 비주얼부터가 펑크의 3코드 애티튜드가 현현한 모양새다. 소리는? 우쿨렐레도 아닌 일본의 사미센도 아닌 몽골의 마두금이 혹시 이런 소리일까 하며 애써 계보를 찾고 싶을 정도로 가늘고 애처로운 소리를 내는 슬픈 기타부터, ‘나 노이즈 음악을 위해 탄생했소’ 할 만한 기타에, 아예 기타 목의 부실로 줄을 강하게 튜닝해줄 수 없어 마구 늘어지는 소리를 내는 처연한 기타까지, 대략 역전 야매 기타 시리즈의 탄생이다. 거기다 이 기타들의 음계 역시 다들 제멋대로이니 쥐는 코드법이란 게 있을 리 없다. 스스로 터득할밖에. 결론은? 약은 약사에게(사는 게 낫다는 말이다). 아, 물론 ‘세상의 사운드란 원래 음계에 갇힌 게 아니었지. 너희를 자유롭게 해주마!’란 기분을 한껏 느끼고 싶은 분들에겐 강추한다. 사실 시야 가린 경주마처럼 살다 이 기타를 가만 잡고 띵땅거리며 귀기울이고 있으면 꽤 기분이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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