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가 원자로와 무슨 관계가 있나요? 요즘 그런 얘기가….” “그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닙니다. 세상 원전 중에서도 제일 위험하다는 소듐고속증식로의 전도사예요. 문제가 많은 사람이죠.” 그의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경북 경주 방폐장 문제를 거치며 늦깎이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가 환경운동연합 의장까지 지냈고, 일본 후쿠시마 사태를 보면서는 본격적인 탈핵운동가의 길로 들어선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탈핵운동가이며, 450차례가 넘는 탈핵 강연을 위해 자동차까지 바꿨다고 한다. (한티재 펴냄)은 그가 2년6개월 동안 해온 대중 강연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는 핵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내용이 쉽고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경주 방폐장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가 문제였지만 정작 더 중요한 문제인 고준위 핵폐기물, 즉 10만 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처리 방법은 제대로 개발조차 되지 않았다. 또한 음식물을 통해 체내에 축적되는 방사성물질인 요오드131의 유효반감기는 7.6일, 스트론튬90의 반감기는 30년, 세슘137은 70일이며, 방사능 피폭 기준치는 안전기준이 아니라 관리기준이어서 아무리 적은 방사선이라도 피폭되면 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빌 게이츠와 박근혜 대통령의 만남을 통해 널리 알려진 소듐고속증식로는 화재 및 폭발 위험 때문에 외국에선 사실상 포기 상태에 있는 원자로다. 이렇듯 핵 문제에 관해 일반 국민이 알아야 할 상식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저자는 묻는다. 지금 우리가 편하자고 10만 년을 관리해야 하는 거대한 쓰레기를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냐고, 핵에너지의 혜택은 부모 세대가 누리고 뒤처리는 자식 세대에 넘기는 게 정의로운 것이냐고 말이다. 이제 탈핵과 재생에너지의 시대로 서서히 전환하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필자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일본보다 훨씬 작은 국토의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가 어렵다.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보다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비교할 수 없이 많지만 사람들은 광우병에 더 민감하다. 교통사고는 자신이 조심하면 막을 수 있는 것인 반면, 광우병은 자신이 조심해도 어쩔 수 없이 그 위험 체계에 편입되기 때문이다. 하기에 교통사고보다 사망자가 훨씬 적음에도 엄청난 공포를 안겨줬던 것이다. 그럼 방사능 공포와 교통사고는 어떠한가. 우리는 원자력발전이 가져올 잠재적 공포에 맞설 준비가 됐는가? 만약 우리에게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이 펼쳐지고 농산물에서 속속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 우리 사회는 또 어떤 정신적 공황 상태를 맞을 것인가. 후쿠시마 사태 이후 1년 동안 집에서 생선을 사먹은 적이 없다는 동네 아주머니의 말이 모든 국민의 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국탈핵’은 꼭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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