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신자유주의 국가 무용론의 책으로 보이는 (원제 Why Nations Fail)이다. 그러나 이 책의 실제 내용은 ‘왜 어떤 나라는 실패하고 어떤 나라는 번영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공저자 대런 애쓰모글루는 터키 출신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 교수이며, 제임스 로빈슨은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다. 이들의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착취적 경제제도를 가진 나라는 실패하고, 포용적 경제제도를 가진 나라는 번영한다. 착취적 경제제도는 착취적 정치제도가 지탱해주고, 포용적 경제제도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뒷받침해준다. 그러므로 포용적 정치·경제 체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의 성장과 실패에 관한 기존 이론은 지리가설·문화가설 등 다양하다. 아프리카는 덥고 습하기 때문에 노동 의욕이 고취되지 않아 실패하고, 특정 민족은 전통과 문화에 문제가 있어 성장하지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빈곤은 서구 유럽이 식민지 시절 심어놓은 착취적 제도가 지금도 살아남아 그 지역 엘리트들의 이해에 봉사하기 때문이고, 민족성이나 문화가설 역시 예전에는 같은 도시였으나 지금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명하게 모습이 갈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노갤러스시와 멕시코 소노라주 노갈레스시를 보면 잘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수천 년간 한민족으로 살아온 남북한의 오늘을 봐도 마찬가지다.
착취적 제도란 무엇을 말하는가. 어느 사회든 권력을 장악한 기득권자, 엘리트들은 자신에 대한 도전을 근본부터 차단하려고 한다. 과거 영광을 자랑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러시아 제국의 절대군주들은 노동자와 물자가 자유롭게 이동해 자신이 지배하는 정치·경제 체제에 위협이 될까봐 철도 건설마저 거부했고, 어떤 나라의 집권세력은 인민의 복종을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빈곤을 조장하기도 했다. 반면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혁명 등 기존 지배체제를 뒤엎고 좀더 다원적인 사회세력이 정치와 경제에 진입한 경우에는 일정한 부침은 있었지만 결국 국가의 번영으로 이어졌다.
이 책에는 정말 수많은 나라가 나온다. 멕시코, 남아프리카,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콩고, 짐바브웨, 과테말라, 콜롬비아, 보츠와나… 그리고 남한과 북한까지. 오늘날 아프리카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장에서는 마음이 아파 책을 읽기 어려웠다. 짐바브웨의 한 은행에서 고객을 대상으로 복권을 추첨했는데 당첨자가 독재자 무가베 대통령이었다는 내용을 보고는 잠시 책을 덮어두었다.
저자는 ‘한국에는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여럿 나와야 한다’고 했다지만, 이런 말도 했다. ‘포용적 정치제도가 포용적 경제제도를 뒷받침해주는 경향이 있고, 포용적 경제제도가 마련되면 소득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어 힘을 얻는 사회계층이 더 늘어나 정치 면에서도 한층 더 공정한 경쟁의 장이 마련된다.’ 오늘날 박근혜 정부와 재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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