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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질문에 답을 해보자. 시장경제체제는 상품의 자유로운 판매와 교환을 위해 만들어진 체제다. 그런데 상품은 그 본질상 판매를 위해 생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의 시장에서 판매되는 노동·토지·화폐는 상품인가. 만약 상품이라면 노동·토지·화폐가 판매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말인가. 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저자 칼 폴라니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나 파시즘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하고, 말년에는 미국에 거주하며 활동한 경제사상가다. 그는 사회주의자였지만 “22세 이후에는 마르크스주의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고 회고할 만큼 마르크스주의와는 다르게 자신의 사상을 정립해나간 인물이다.
폴라니에 따르면 노동은 인간으로부터 떼어내 판매할 수 있는 어떤 상품이 아니라 인간 활동 그 자체이며, 토지 역시 우리 인간과 사회체제가 속해서 살아가는 자연환경 그 자체다. 그러나 스스로 완벽하게 작동하는 ‘자기조정 시장’은 결국 생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노동과 토지를 상품화하지 않으면 작동할 수 없다. 이는 결국 인간과 자연을 수요와 공급, 위험한 경기변동에 따라 마음대로 쓰거나 버릴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애초부터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인간이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거대한 생산수단의 부속품으로서, 경기변동에 따라 그 생산수단의 작동에 필요한 투입물로서 쓰이거나 버려진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그 결과 사회는 자유시장체제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자기보호운동을 일으키게 되는데 그 귀결이 파시즘, 사회주의, 케인스주의 등 20세기 초·중반에 일어난 세계사의 물결이었다.
폴라니의 지적에 공감한다면, 인간과 자연을 상품화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떤 힘을 기울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약간의 시혜로 자유시장체제의 부작용을 메우고는 있지만, 오늘 우리에게 근본적 사상의 ‘거대한 전환’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1998년 서울대에서 열린 ‘IMF 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자유시장체제의 전도사인 한 저명한 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IMF를 극복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아침에 해고하면 오후에 책상이 비워져 있을 정도로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한다.” 그는 진정으로 ‘완벽한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유토피아를 믿고 있었던 게다. 그의 눈엔 상품이기를 거부하는 인간은 유토피아를 거부하는 철없는 생명체였을 게다.
물론 시장체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오늘날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연을 일반적인 상품과 다르게 보호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변화는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노동(인간)의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 실업급여 확대,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그리고 교육·의료·육아·노후의 사회보장 같은 제도들을 고민할 때, 토지(자연)의 보호를 위해 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 등 토지공개념을 모색할 때, 한국 사회의 ‘거대한 전환’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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