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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는 국가가 다 해주나요?

담을 건 다 담은 핸드북, 장석준의 <사회주의>
등록 2014-06-14 14:34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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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몸담고 있는 노동당에는 ‘불세출의 이론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있다. 장석준 현 부대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만들어진 이 별명처럼 그는 사회주의의 역사와 이론에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다. 나 역시 그가 정리해준 ‘세계 진보정당사’라든가 ‘혁명과 개혁의 변증법’ 등을 읽으며 진보정당 활동가로서 성장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지난해 말 장석준이 펴낸 작은 핸드북 (책세상 펴냄).

사회주의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련과 북한을 떠올리며 고도의 통제사회, 독재, 인민재판, 그리고 비효율과 가난 등을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 사회를 추구하는 사람은 ‘빨갱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과연 그렇게 규정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장석준은 국왕과 귀족 등 특권계급에 맞서 출발한 자본주의가 정작 그 특권에 함께 맞섰던 민중의 이익은 내팽개치고 그들을 수탈한 데서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주의의 이상이 싹텄다고 본다. 그래서 책의 첫 단원이 ‘프랑스 대혁명과 평등파 운동’이다. 그러나 이렇게 출발한 사회주의 운동은 그것이 세계 최초로 권력을 획득한 러시아에서 민주주의의 확대보다는 일당독재, 노동자 자주관리보다는 명령형 계획경제로 귀결됐다. 이 초기 과정을 바라본 로자 룩셈부르크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민주주의를 완전히 제거하는 식의 처방은 질병 그 자체보다 더 나쁜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처방은 모든 사회제도의 선천적 결점을 유일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바로 그 살아 있는 원천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 살아 있는 원천이란 인민 대중의 자유롭고 활동적이며 활력에 찬 정치활동이다.” 이 지적에 저자의 고민이 잘 묻어나 있다. 그러나 혁명과 내전이라는 긴박한 고뇌의 시기에 내려진 러시아의 경험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도 이식되면서 사회주의는 일당독재와 명령형 계획경제와 동일어가 되었다.

이 책에는 소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회주의 운동의 조류도 소개돼 있다. 영국의 페이비언 사회주의, 서유럽의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중국·칠레·베네수엘라 등 비서구권에서 일어나는 사회주의 운동 등. 물론 사회주의의 역사와 운동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200쪽이 안 되는 이 책을 읽고서 그것을 모두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책 중간중간에 있는 주요한 사건과 이론 등에 메모하고 그것을 차분히 따라가며 공부하다보면 현대 사회주의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은 섭렵할 수 있을 것이다.

장석준에게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됐는지 묻자 자기가 쓰겠다고 출판사에 말했다는 썰렁한 대답 뒤에 ‘국가가 모든 것을 해주는 국가주의가 사회주의의 본질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회 그 자체를 복원하고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 사회주의의 본령임을 말하고 싶었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의 답변으로 이 책의 소개를 마친다.

김종철 전 노동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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