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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당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당은 얼마 전까지 진보신당이었다 가 새로 이름을 바꾼 노동당이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정당은 녹색당이다. 그 녹색당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독일과 유럽의 녹색당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부 침을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쓴 책이 나왔다. 그런데 저자가 녹색당원이 아니라, 노동당원이다. 무슨 이런 일이. (이매진 펴냄). 겉 표지조차 완전히 초록색으로만 단순하게 디자인된 이 책의 저자는 노동당의 서 울 종로중구 당원협의회 위원장 최백순이다. 예전 PC통신과 인터넷 매체 등에 서는 ‘개골목’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썼다.
녹색당이라 하면 보통 사람에게는 환경·생태 문제에 주로 신경을 쓰고, 에너지 절약에 힘쓰는 그런 정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 녹색당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독일 녹색당이 1970년대 원전 반대 운동과 더불어 서독의 핵무기 재배치 정책에 반대하며 탄생했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독일 집 권당이던 사회민주당은 진보정당이라는 외피에도 불구하고 원전 유지 정책은 물론, 미국의 서유럽 핵무기 재배치 전략에 적극 동의했다. 녹색당은 이러한 사 민당의 배신에 대해 강력한 대중투쟁을 전개하며 탄생했다. 녹색당은 또한 새로 운 정당 모델을 만드는 데 선구적인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임기 4년의 비례대 표 국회의원이 2년마다 임기를 순환하는 ‘비례대표 임기순환제’라든지, 국회의 원이 당 지도부를 겸임하지 못하게 하여 권력을 분산시킨 ‘당직·공직 겸임금지 제’, 국회의원 세비 중 노동자 평균임금 외에 나머지는 생태기금으로 기부하는 제도 등이 그것. 우리나라 녹색당도 전체 대의원을 추첨으로 선출한다. 실제 녹 색당의 대표 정치인으로서 나중에 독일 외무부 장관을 지낸 요시카 피셔는 국 회의원에 당선된 지 2년 만에 ‘임기순환제’에 따라 의원직을 사임하고, 헤센주 의 지방선거에 도전한다. 그리고 녹색당 최초의 주정부 환경장관이 되어 녹색당 선풍을 주도했다. 신선한 녹색 바람이었다. 하나 영원한 것은 없는 법, 녹색당 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정당 반대 정당’이라는 모토로 만들었던 이러한 제도들은 이후 대부분 폐기되거나 변경되는 운명을 겪는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녹색당은 연립정부에 참여하기 위해 원전 폐기 유예에 동의하고 해외 파병에 찬 성하는 등 당론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원칙을 훼손하면서 수많은 부침을 겪는 데, 이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노동당의 지역구 위원장인 저자가 ‘녹색’을 주제로 책을 쓴 이유가 궁금해 ‘왜 썼 느냐’고 물어보니 ‘나도 먹고살아야지’ 하는 곤궁한 대답 정도가 돌아온다. 먹고 살기에 급급해 쓴 책치고는 너무도 생생하며 구체적이다. 세계 진보정당사라면 이골이 나 있는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도 “어디서 이런 많은 자료를 구했지?” 하 며 감탄할 정도니 말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녹색과 적색이 변증법적으로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녹색당 당원들에게 보내는 골수 노동당원의 애정표현 이라 할 만하다. 녹색당원 여러분, 어여삐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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