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있어 겨울에 도시의 아파트를 방문하면 우리 집 식구들만 볼이 발개졌다. 나름 따습게 지낸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시골의 겨울은 아파트 반팔 차림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그래서 그런지 이리로 이사 온 뒤 우리 집 식구들은 감기와 단교한 지 오래다. 아무리 그래도 삭풍에 눈보라 몰아치고 밖이 영하 20℃까지 내려가면 추위에 장사 없다. 이사 와서 열 몇 번의 겨울을 맞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일정한 겨울맞이 점검 항목이 작성됐다.
내 경우 심야전기 보일러와 나무난로가 동장군에 맞서는 주 무기다. 초기에는 아무리 추워도 10만원을 밑돌던 전기요금이 많이 올라 요즘은 겨울 추위가 혹독할 경우 배로 나온다. 그래도 온수로 샤워며 설거지며 빨래를 해대도 이 정도로 선방하는 것은 아무래도 나무난로 덕이다. 고백건대, 우리 집 식구들은 이 녀석이 없으면 못 산다. 난방도 난방이지만 발갛게 타오르는 난로 불꽃을 바라보며 식구들이 둘러앉으면 각자 제 할 일 하면서도 너나없이 콧노래다. 이러저러하여 내 것이 된 이 미제 무쇠 난로는 공부해보니 장인의 노하우가 절절하게 밴 명품이었다.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선전 문구가 난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왜 난로가 과학인지 궁금하다면 일전에 소개한 김성원의 일독을 권한다.
그러나 난로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연통이 더 중요하다. 단열이 잘 안 된 연통은 불완전연소로 검댕이 눌러붙거나 제 스스로 달구어져 화재의 중요한 원인이 된다. 돈이 좀 들더라도 필히 단열된 연통을 쓸 것을 권한다.
다음으로 난로에 들어갈 장작 준비다. 장작은 1년 내내 시시때때로 뿌리든 고사목이든 통나무든 모아 굵기대로 난로의 크기를 고려한 길이로 잘라 적어도 한 6개월 정도는 미리 말려 겨울이 되면 집 근처 처마 밑에 쟁인다. 난로에 불을 지펴보면 알겠지만 이것도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주로 정원을 손질하고 남은 솔가지를 잘 말려 불쏘시개로 사용하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 집을 연기로 너구리굴 만들지 않고 불을 피우는 기본 요령은 쌓아놓은 바싹 마른 나무 사이로 공기구멍을 잘 내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붕 처마 손질 또한 필수다. 차양에 구멍이 나면 눈이 녹아 흘러 처마 밑이 빙판이 되어 위험하니 미리 때워야 한다. 또한 낙엽이 쌓이면 지붕 배수가 안 돼 얼음이 처마를 내리누르게 된다. 지붕 손보기는 소소해 보여도 늦게 대처하면 한겨울에 낭패를 보기 쉬우니 좀 귀찮아도 미리 준비할 일이다. 외부에 설치된 수도는 단열을 하거나 뒷잠금을 잠가놓을 일이다. 만약 얼어붙었을 때는 수건으로 감고 천천히 끓는 물을 부어 서서히 해동시켜야 한다. 그래도 안 녹으면 봄까지 기다리면서 반성하면 된다.
1년 내내 사용한 농기계들은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단자를 분리하고 기계에 남은 기름은 기계를 작동시켜 스스로 멈출 때까지 다 소진해야 다음해 봄에 사용할 때 편하다. 배터리는 추우면 성능이 현저하게 저하되므로 나는 예비로 배터리를 하나 더 준비해 따뜻한 곳에 비치해두었다가 자동차 시동 불발시 점프할 때 쓴다.
눈이 오면 집에서 꽤나 떨어진 말랑고개까지 눈을 치워야 하기에 이것도 미리미리 준비해둔다. 쌓인 눈이 5cm 이하면 블로어(Blower)로 날려버리는 것이 빗자루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눈이 엄청 왔던 어느 겨울 가래질하다가 돌부리에 가래가 걸려 가슴을 치는 바람에 갈비뼈에 금이 가는 경험을 한 이후 나는 좀 사치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이처럼 시골에서 만추(晩秋)의 가을인 11월은 무지 바쁜 시절이다. 그래도 쌓아놓은 장작 더미를 보면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부자 같고 아내 앞에서 영화배우 이대근처럼 ‘마아~님’ 소리치면서 도끼로 장작을 ‘뽀개고’ 싶다. 그것도 단 한 번에.
강명구 아주대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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