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터 해야겠다. 이번엔 ‘만나도 다 몰라?’다. 우선 만남이 8~9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이게 다 과음과 출산으로 뇌세포가 죽은 탓이다). 게다가 김진태라는 이름의 검사가 여럿이었다(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그땐 검사였다). 김진태 1·2·3·4로 번호까지 붙여 구분했다(자기들끼리도 헷갈리는데 나는 오죽하겠나). 더구나 그를 식사 자리에서 만났던 법조팀 시절, 나는 검찰 담당 기자도 아니었다(법원 담당이라 1만 명이 넘는 법관·변호사들의 데이터를 채울 뇌용량도 부족했다고 해두자). 그래서 ‘안 만난’ 사람인 양, 취재 다시 들어갔다.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해, 어렴풋이 남아 있는 인상은 ‘도인’의 풍모다. 밥 먹으면서도 선문답식의 불교 얘길 한참 했던 것 같다. “득도는 자비심에서 나옵니다. 자비심은 나의 모든 것, ‘나’라는 생각조차 버릴 때 나옵니다.” 김 후보자가 강릉지청장으로 재임했던 2004년, 곽병찬 대기자가 썼던 인터뷰 기사다. ‘검란’과 ‘댓(글)란’에 허우적거리는 검찰을 구원할 도인의 등장일까?
검사와 ‘도인’이 되기까지는 사연이 있다. 김 후보자는 1952년생, 61살이다. 40살에 뒤늦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유인즉, ‘도바리’치던 학생운동가였단다. 1974년, 서울대 법대 4학년이던 그는 ‘민청학련’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됐다. 부산에 사는 한 ‘도인’의 집에 피신했던 그는 아예 절에 눌러앉아버렸다. 반쯤 중이 됐다. 법호도 받았다. ‘봉당’이다. 서로 생채기 내고 있는 검찰 내 ‘붕당정치’를 보듬으라는 선견지명이었을까. 속세로는 4년 뒤에야 나왔다. 한국은행에 취직했다가, 4년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력만큼이나 성격도 간단치 않다. 지난해 말, 이른바 ‘검란’으로 한상대 검찰총장이 물러났다. 김진태 후보자는 대검 차장으로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아 석 달 동안 조직을 추슬렀다. 사실상의 검찰총장이었다. 그런데 너무 세게 추슬렀던 모양이다. “하도 깐깐하게 굴어서 대검 과장들이 보고하러 안 들어가려고 했다”는 한 검찰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검사로서 나름 강단 있는 수사도 많이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를 구속시킨 주임검사였고,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100억원을 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받을 때 이 회장을 직접 취조한 검사도 그였다. 이건희 회장은 법정에서 “제가 꼭 여기에 있어야 하는가 하는 점에 대해 김 검사님(김진태)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썩 미덥지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고 ‘간택’한 인물이라는 점이 영 찜찜하다. 더구나 ‘간택’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했다지 않나. 김 비서실장이 사석에서 “현직 검사 중에 내가 아는 검사는 김진태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의 신임이라니. 두 사람의 인연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기춘 법무장관 밑에서, 김진태 후보자는 법무부 심의관실 평검사로 일했다. 장관과 평검사라서 “친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다. 죄다 부산·경남(PK)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경남 거제, 김진태 후보자는 사천, 감사원장 후보자인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마산 출신이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처리할 때도, ‘우리가 남이가’를 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외풍에 흔들릴 사람이 아니다”라는 주변 평가에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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