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력난 경고를 비웃듯 최근 에어컨 판매가 급 증하고 있다. 업계에선 전년 대비 판매량이 3배가량 늘 면서 직원들의 여름휴가도 미뤘다는 후문이다. 정부와 전력회사가 에어컨 사용 자제를 간절하게 호소하고 요금 체계를 강화해 전기 절약을 유도하지만, 덥고 습한 장마 철에 에어컨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고, 그래서 에어컨을 더 강하게 틀고, 그 때문에 더 더워지는 ‘더위의 악순환’이 심각한 에너지 낭비와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 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스탠 콕스의 (현실문화 펴냄)은 우리를 식히기 위해 지구를 데우는 에어컨에 방향을 맞춰 환경문제를 톺아본 책이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위 험과 생태적 위험이 에어컨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하 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위기의 근원 인 에너지 문제를 논의할 때 에어컨 역시 중요한 논의 대 상임을 역설하는 것이다.
사실 에어컨 바람을 쐬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건강이다. 즉 더운 바깥과 차가운 실내 사이를 오가는 것이 내 몸에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는지, 에어컨 바람 자체는 안전한지 같은 걱정 말이다. 이에 저자는 인간의 신체에 에어컨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각도에 서 분석하고 있다. 신체 균형이 깨진다는 지적 이외에도 에어컨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먼저 작업 장. 에어컨 덕분에 작업장의 온도를 필요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온도는 작업에 적합한 것이지 노동 자의 신체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환기 없는 에어컨 사용으로 우리는 각종 호흡기 질환을 달고 산다.
또한 온도 조절이 잘되는 실내에서만 성장한 아이들 은 야외 활동을 통해 다양한 병원균에 조금씩 노출된 아이들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고, 운동 부족으로 비만이 되기도 쉽다. 무엇보다 더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줄면서 더위에 적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게 된다.
에어컨은 한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에어 컨이 유발하는 에너지와 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 반적으로 전자제품의 에너지효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에 너지를 덜 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 가 나타난다. 특정 제품의 효율성이 높아져 동일한 시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양이 줄어들게 되면 사용자가 사 용 시간을 더 늘리거나, 해당 제품을 사용하지 않던 사 람들에게도 강력한 유인이 되어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 나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인간과 지구를 좀먹는 에어컨의 “자원 낭 비, 기후변화, 오존 고갈 같은 사회적 병폐는 에너지효율 이 높은 가전제품을 도입하거나 대기에 더 친화적인 냉 매를 개발하는 등 단순한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 잡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서 찾아야이 책의 목적은 에어컨이 여러 가지 폐단을 양산한다 고 비난하거나 에어컨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주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에어컨이 유발한 피해 를 복구하는 일은 악덕 기업 몇 곳을 문 닫게 만들어 해 결할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며 “에어컨이 복잡한 환경문 제, 사회문제, 경제문제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의 원인과 결과는 개인이 아니라 구조에 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 변화가 개 인에게서 비롯되지 말란 법은 없다. 에어컨을 수시로 끄 는 우리 실천으로부터.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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