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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주의자의 경제위기 원인과 대안

폴 크 루 그 먼 < 지 금 당 장 이 불 황 을 끝 내 라 >
등록 2013-07-10 15:39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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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1998년, 이었다. 그의 책은 미국과 세계를 주름잡던 주류 경제학에 대해 명확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케인스는 옳다’는 단호한 선언과 ‘유럽연합(EU)의 통합 시도는 거대한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다’라는 지적은 특히 그랬다. 그런 그가 또다시 세계경제의 불황, 특히 미국과 유럽의 불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원제 , 엘도라도 펴냄)
이 책에는 크루그먼을 포함한 케인스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경제위기의 원인과 대처 방안의 핵심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나의 지출이 당신의 수입이고, 당신 의 지출이 나의 수입’이므로 경제주체로서 각 개인이 절약을 하겠다는 것은 합 리적인 선택이지만 국민 전체가 절약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경제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경기침체가 시작되면 ‘허리띠를 졸라매려는 개인 과 기업’은 더 늘어나게 되므로 침체는 더욱 심화된다. 그래서 이러한 때에는 경 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누군가는 소비를 촉진하고 민간 부채를 떠안으며 지출 을 선도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정부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 부채를 증가시 키는 건 개인 부채가 증가하는 것과 달리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극히 합리 적인 선택이다. 2008년 미국 경제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 사회(FRB)는 양적완화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을 했으나, 크루그먼의 평가에 따르면 그 규모는 너무나 작았고 단호하지 못했다.
이 책에는 이 밖에도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2000년 프 린스턴대 교수 시절에는 일본의 경기침체를 분석하면서 강력하고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을 제안한 벤 버냉키가 정작 자신이 FRB 의장이 되고 나서는 그런 정책을 실시하지 않았 다는 것이나, 방만한 재정정책의 표본으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EU 일부 국 가들, GIPSI(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 그는 PIIGS라는 경 멸적 표현 대신 이 표현을 사용했다) 나라들이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위기 이전 에 정부 재정이 흑자였거나 부채 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춰가고 있었다고 강조한 점 등은 새로운 흥밋거리로 읽힌다. 특히 2006년 미국 상위 25개 헤지펀드 매 니저들의 연봉이 뉴욕시 교사 8만 명의 연봉 합계보다 세 배나 많은 140억달러 (무려 16조원)였다는 대목은 금융세계화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낳게 했다.
케인지안인 저자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경제위기가 나타나는 근원은 무엇보 다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노동조합 등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기구가 무력화 되며, 다수 대중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는 구조가 붕괴되었기 때문인데 책에 는 이에 대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단지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를 앗아가버리는 이 불안한 세계화에 대한 적극적인 해답이 되지는 않는 까닭이다. 물론 그런 아쉬움 을 만회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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