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허리가 아플 때까지 늦잠을 잔 어느 주말 오후, 아내는 야구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점심은 뭐든 간단한 게 좋겠어.” 간단한 점심이라, 샌드위치가 어떨까. 베이컨을 잔뜩 넣은 BLT(베이컨·양상추·토마토) 샌드위치에 차가운 맥주를 곁들이면 금상첨화!
간단하게 마요네즈부터 만들기로 했다. 첫 도전이었다. 마요네즈 만드는 방법을 검색했다. 어렵지 않은데? 달걀 하나와 노른자 하나를 블렌더에 깨서 넣고, 기름을 조금씩 부으면서 돌려준다. 올리브유와 카놀라유를 1대1의 비율로 썼다. 레몬 1개의 즙을 짜넣고, 식초와 설탕도 약간 더했다. 소금은 재료의 유착에 방해가 된다고 하니 마지막에 넣으면 된단다. 우으이이잉~! 어라? 아무리 블렌더를 돌려도 질척질척한 액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왜 이러지? 뭔가 잘못됐나? 점액질 상태의 그것을 싱크대에 따라버렸다. 냉장고 안에선 절반쯤 남은 마요네즈통이 오뚝한 자태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렇게 물러설 순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자, 처음부터 다시. 우으이이잉~! 마찬가지였다. 이럴 수가. 보다 못한 아내가 나섰다. “기름은 얼마나 썼어?” 달걀 2개에 기름 1컵 정도였다. “여보, 마요네즈는 기본적으로 기름이 엄~청 들어가요.” 설마. 2배를 써야 한단다. 아내는 밀크셰이크 질감의 액체에 끝없이 기름 을 부어넣었다. 의구심이 밀려온다. 우으이이잉~! 저게 정말 마요네즈가 될까, 될까, 됐다! 이럴 수가. 갑자기 집안에 고소한 마요네즈 향이 퍼졌다. 프랑스 사람들은 18세기부터 마요네즈를 먹었다. 현재는 스페인 땅인 메노르카섬의 마온 지방에서 유래했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란다. 블렌더도 없던 시절에, 달걀과 기름을 집요하게 휘저으면 그럴듯한 소스가 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요리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다음부턴 일사천리였다. BLT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두꺼운 베이컨을 먼저 구웠다. 삼겹살 2인분 쯤 되는 양이었다. 소금과 후추, 레몬즙과 올리브유로 잠시 재운 닭가슴살을 같은 팬에 익혔다. 토마토는 가능한 한 얇게 슬라이스했다. 양배추와 바질, 다진 양파와 피클을 ‘핸드메이드’ 마요네즈에 버무려 콜슬로를 만들었다. 아이 머리통만한 호밀빵은 오븐에 살짝 구웠다가 속을 파냈다. 빵의 아랫장에 얇게 마요네즈를 펴바르고 양상추를 한 겹 깔았다. 닭가슴살, 베이컨, 토마토를 차례로 올린 뒤 콜슬로를 두툼하게 쌓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BLT에 닭가슴살과 콜슬로를 더한 ‘BLTCC 샌드위치’랄까?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서재응이 올 시즌 첫 홈런을 맞았다. 일단 먹고 봅시다. 맥주가 무한정 들어갔다. 야구는 결국 졌지만, 부른 배는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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