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인권운동가여서 그런지, 열 받는 일이 많다. 단지 술을 마셨다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현행범 체포나 구속까지 가능하게 만든 경범죄처벌법 개정안도 그랬다. 경찰은 벌써 10년 넘게 집요한 로비를 반복했다. 운도 좋아 그런대로 선방했지만, 총선 직전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국회는 일방적으로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석의원 167석 중 찬성 166석. 기권을 선택한 정범구 의원 단 한 명을 빼곤 모두 찬성했다. 진보든 보수든 따로 없었다. 경찰의 완승, 서민의 완패였다.
경기도 수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도 그렇다. 경찰의 문제는 한둘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엉망진창이었다. 경찰은 무능했고, 무기력했고, 거짓말만 반복했다. 국민적 분노가 좀 잠잠해지자, 경찰은 반격을 시작했다. 112신고 시스템의 문제란다. 마치 경찰한테 휴대전화 위치추적 권한이 없어서 생긴 문제처럼 호도하기 시작한 거다. 지금의 법률로도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가능하고, 수원 사건의 경우엔 피해자가 위치추적을 동의해줬는데도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위치추적 권한이 있는데도 쓰지 않아서 생긴 문제를 그 권한이 없어서 생긴 문제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의 출연 요청을 받고 응했다. 국민은 물론 경찰을 위해서도 이런 식의 본질 호도는 도움이 되지 않기에 쓴소리를 하고 싶었다. 몇 시간 만에 다시 연락한 방송사 관계자는 경찰청과 관련 학과 교수들이 내가 부담스러워 출연할 수 없다고 했단다. 그런데 방송사에선 정말 죄송하다며 나에게 나오지 말란다.
매일같이 열 받는 일투성이다. 인권운동가가 화를 내며 사는 게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별다른 감정 없이 마치 누구나의 친구인 것처럼 구는 태도가 문제지, 악을 악이라고 하는 것은 인권운동가, 아닌 어쩌면 사람의 기본일 게다. 감정에만 휘둘리면 문제겠지만, 인권 현안을 자기 일처럼 여기는 태도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일로 인한 잦은 열 받음은 정신과 육체 건강에 치명적이다. 어떻게든 식혀야 한다. 아내나 마음 맞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칫 지나친 음주로 이어질 수 있어 건강에 별 도움이 안 될 때도 있다.
지금껏 찾은 가장 좋은 방법은 차가운 얼음 덩어리 커피 먹기다. 보통 사람들이 마시는 똑같은 믹스커피를 타서 곧바로 냉동실에 넣어둔다. 몇 시간이 지나 얼음 덩어리가 되면, 이걸 옆에 두고 먹는다. 녹은 걸 조금씩 마시거나, 아니면 덩어리째 깨물어 먹는다. 맛은 똑같다. 핵심은 온도에 있다. 쉴 새 없이 열 받아 있는 머리와 가슴을 식혀주기에 딱 좋은 그 온도 말이다. 이게 의학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내가 원래 열이 많은 체질인지는 알지도 못하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중요한 건 당장의 열 받은 상태를 식혀주는 데 직방이라는 거다. 나만을 위한 작은 호사, 얼음커피 먹기는 날씨와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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