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와잎을 궁금해한다고 남편 ×가 말했다. 정작 × 기자는 누군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는 살찐 볼살을 실룩거렸다. 당연하지~, 너 같으면 너를 궁금해하겠냐? 그래서 인사드린다. 내가 그 와잎이다. 반갑다. 통성명이라도 하고 싶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입이 근질거려서 당최 살 수가 없었다. 그동안 ×가 폭로한 내용들은 과장된 것이다. 일종의 사기다. 그 인간은 원래 그렇다. 결혼할 때 손에 물 한 번 안 묻히게 해준다고 해놓고, 이게 뭐냐고 따지면 “그래서 고무장갑 사주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인간이다. 물론 이 말을 믿을 만큼 나, 그렇게 순진하게 살지 않았다. 나! 와잎이야~.
암튼 ×가 말하는 것처럼 나 그렇게 술만 먹는 여자 아니다. 나도 배운 여자다. 엄마들은 알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을, 그것도 남자아이를 키우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 만빵인 삶인지를. 일부러 낮에 애들을 빡세게 굴려 조기 취침을 유도하는 어미의 마음을 ×, 너는 아느냐? 전쟁 같은 하루를 시마이하고 드라마 때리며 맥주 한 큐팩 하는 소소한 취미를 ×는 마치 알코홀릭인 것처럼 왜곡했다. 내가 알코홀릭이면 넌 그냥 알코올이야~. 물론 사실 때로는 먹다가 가속도가 붙어 좀더 먹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와잎을 술주정뱅이로 만들어? 지는 밖에서 만날 좋은 안주에 찧고 까불며 술 마시면서, 왜 나는 말라 비틀어진 쥐포랑 맛도 없는 큐팩 맥주를 먹고 있냐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애 뒤치다꺼리로 고단한 일상을 어디서 위로받냐고~. 갑자기 부아가 치밀었다. 도저히 말로는 안 되겠다. 가혹하게 응징해야겠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 저녁, 서울 중구 필동면옥으로 ×를 유인했다. 전면전을 위해 아들 녀석은 친정 엄마에게 맡겼다. 걸레 빤 물이라도 냉면육수라면 사발째 마셔버릴 정도로 냉면홀릭인 ×는 덫인지도 모르고 밑밥을 덥석 물었다. 역시 단순하기는~.
제육, 만두, 냉면, 소주로 부비트랩을 깔았다. 시작은 소주였다. 을지면옥과 형제지간인 필동면옥의 제육 맛은 물기가 좀더 적고 꼬들꼬들했다. 소주 한잔에 딱이었다. 슴슴한 냉면은 예전 그대로였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주는 매력이 거기에 있었다. 역시 이 맛이야~. 만두는 이 집만의 고유 메뉴. 두툼한 만두피에 고소한 만두소까지 집에서 만든 만두 맛에 가까웠다. ×는 허겁지겁 제육과 만두를 입에 집어넣었다. 점심 안 먹었니? 아주 마시지 그러니?
“간만에 둘이서 오붓하게 한잔하자~.” 난 서서히 낚싯대를 드리웠다. ×는 또 술타령이냐며 마지못해 소주잔을 들었다. “오늘 각 2병씩만 마시자”는 내 말에 ×는 “또 시작했구만~”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난 마지막 미끼를 던졌다. “싫으면 말어~ 일주일 맘 놓고 놀게 해주려고 했더니만~.” ×는 뭔 소리냐며 급관심을 표했다. 드디어 입질이 오는구나~. “오늘 나보다 술 많이 먹으면 일주일 동안 귀가 시간 터치 안 할게~.” ×는 반신반의했다. 자기가 지면 어찌되느냐고 했다. 그걸 몰라 묻냐? 일주일 동안 닥치고 귀가해야지~. “요새 매일 일찍 들어오는데 밑져야 본전 아니냐”는 내 말에 어리바리한 ×는 결국 공정한(?)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날 필동에서 우리는 소주 4병과 맥주 3병을 마시고 집에 와 큐팩 2개를 또 들이부었다. ×는 다음날 마감에 지각을 했고, 선배로부터 ‘쿠사리’를 먹었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조기 귀가했다. 난 친구들과 예정된 저녁 회동을 이어갔다. 까불지 말란 말이야~. 나! 와잎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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