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청탁을 받고 꼭지 이름을 확인했을 때 살짝 당황스러운 걸 어쩔 수 없었다. 나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소개하는 자리라? 아니 그런데 왜 내가? 록스타를 지향하지만 실상은 기름때 낀 부르스타 꼴로 살고 있다 보니, 이런 내 모습을 기억하는 지인들이라면 애도를 표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덕분에 주변을 돌아보고, 에라 모르겠는 김에 지난 삶까지 성찰해버리는 시간을 보냈다만, 내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일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안경? 식상하다. 담배? 식상하다. 이어폰? 이하 동문. 그런 끝에 떠오른 나의 패션 아이템은 액세서리들이다. 몸에 걸치는 장신구는 옷차림새나 표정 같은,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에 덧붙여지는 양념 같은 것이지만, 요거 잘만 쓰면 포인트를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단점을 커버할 수도 있는 요소니까. 시간이 지나며 닳고 낡아가는 장신구를 보면 어쩐지 나와 함께해온 시간과 기억이 몸에 감겨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것에 애착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이런 것들이 내겐 로킹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난 ‘패션’이라는 말이 단순히 옷을 잘 입고 못 입고를 떠나 어떤 삶의 태도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그에 따라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 내 삶의 태도로서의 패션은 ‘로큰롤’이다. 그게 주변 사람들에겐 그저 애처로운 슬랩스틱으로 비칠 때가 많겠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늘 지릿한 기타 리프나 서로 녹아드는 페스티벌처럼 살면서, 전복하고 부서지며 쌓여가는 일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이 지면의 내 소개에 아마 ‘평화’나 ‘병역거부’라는 말이 달려 있을 테고, 어쩌면 그 이름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패션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평화가 흔히 생각하듯 마냥 착하고 얌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화는 나의 로큰롤처럼 서로 다른 가치가 빛을 내며 상생하기 위해 꼭 필요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지만, 그 패션을 고수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강정에서, 명동에서, 영도에서, 주변의 모든 곳에서 절박하게 춤추고 노래하며 매일 밤을 싸우는 사람들을 보라.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하려는 아이템은 얼마 전에 선물받은 목걸이다. 제주도에 다녀온 친구가 강정마을에서 사왔다는 목걸이. 꽤나 쫄깃한 모양새를 가진 이 목걸이는 아마 구럼비에서 주운 나뭇조각으로 만든 모양이다. 이걸 걸고 다니면 구럼비의 파도소리가 들려오며 평화의 마음이 자라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조금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손때가 묻은 아이템을 좋아한다. 더군다나 이게 강정마을의 싸움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줬을 거라니까.
조만간 나도 난생처음 제주도에 가볼까 한다. 평화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함께 호흡하던 공기와 기억이 담긴 조각 하나 목걸이로 만들어 걸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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