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마라쿠아(Jamaracua) 인디언 마을에서 일라실다 아저씨가 새벽에 악어 한 마리를 등에 짊어지고 왔다. 열두 자식을 둔 아저씨는 아직도 혼자 맨손으로 악어 한 마리를 거뜬히 사냥할 만큼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악어 목에 꽂혀 있는 쇠로 된 후크를 빼자 피가 약간 보였다. 목덜미에 상처가 있었지만 이 정도로 악어가 죽을 것 같진 않았다. 엄청난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악어가 더 이상 반항하지 않자, 아저씨는 악어를 입 주위에 두른 밧줄을 풀어서 우리가 자는 천막에 두고 갔다. 왜 이곳에 악어를 두고 갔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 악어가 손님인 우리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니면 밤새 겁먹을 우리를 놀리기 위해?) 1m 정도 크기의 악어를 바로 곁에 눕히고 자야 하는 상황에서 긴장감으로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뚫린 천장 넘어 깜깜한 밤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했다. 그때 갑자기 ‘타타타’ 하는 소리가 났다. 손전등으로 악어가 있던 자리를 비추어 보았다. 악어는 온데간데없고 악어 피를 쫓던 개미떼만 있었다. 악어는 목을 쳐야만 죽는다는 현지인들의 말이 옳았다. 그래도 멀리 가지 못하고 근처에 있을 거라 생각하니 아마존의 악어괴담 등이 머릿속에 떠올라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 밤 나는 악어꿈을 꾸었다. 돼지꿈이나 뱀꿈처럼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악어 입에 뽀뽀를 하는 꿈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러 부엌에 갔는데, 부지런한 아저씨는 새벽낚시에서 이미 돌아와 찹쌀떡 같은 빵인 만디오카를 먹고 있었다. 나는 악어가 도망간 이야기를 했다. 궁금해하던 악어고기를 못 먹게 돼 안타깝다고 말하는데, 부엌에서 일하던 소코로 아줌마를 비롯해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어린 두 아들과 두 딸은 연신 큰 소리로 웃으며 내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아저씨가 일부러 악어를 놓아줬다는 걸 알게 됐다. 악어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악어가 아침까지 그 자리에 있으면 잡아먹고, 도망가면 아직 명이 남아 있으니 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인디언 중에는 원숭이·악어 등을 잡아먹는 부족들이 있다. 하지만 사냥에는 엄격한 자연과의 약속이 있다. 아저씨는 가족의 유일한 사냥꾼으로, 일주일에 한 번 혼자 정글로 가서 사냥해 가족에게 고기를 제공했다. 우리가 자마라쿠아에서 지낸 한 달 동안 아저씨는 항상 잡아오겠다는 동물을 잡아왔다. 타투(큰 쥐를 닮은 동물), 사슴, 하발리(?????) 등. 사냥이 쇼핑도 아닌데 신기했다. 아저씨가 사슴을 잡겠다고 하면 어김없이 다음날 식탁에는 사슴 요리가 올랐다. 궁금해하던 우리는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언제나 혼자 정글로 가지. 손전등 없이 달빛에 별빛에 의지해서. 정글은 내 손바닥 같아서 어디에서 사냥해야 하는지 잘 알아. 그리고 조용히 앉아 담배 하나를 말아 피우면서 동물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떤 동물인지 알지. 그 동물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만약 내가 정한 동물이 아닌 다른 동물을 죽이면 다음날 내 몸이 아파오는 거야.”
그들은 자연과의 일치감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자연이 병들면 자신이 병든다는 것을 알고 꼭 필요한 것만 바라며 축적하지도 않으며 모든 것을 감사히 받는다. 자연은 그들의 신이고 삶의 젖줄이다. 오히려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은 그들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풍족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은 그들을 먹이고, 그들은 대신 욕심을 버린다.
-달라이 라마가 네 번이나 와서 명상했다는 타파조 국립공원의 거대한 정글 안, 6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자마라쿠아에서
지와 다리오 배꼽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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