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좋은 여행 하시길!“난 일본을 떠나 여행한 지 2년이 넘었어. 돌아가려고 생각하니 두렵군.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도 나를 기다리는 친구가 없다는 거야. 난 친구가 없어.”에콰도르에서 만난 도미에가 나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그처럼 멋진 사람에게 친구가 없다니, 이상했다. 도미에는 교토의 ...2011-06-10 15:37
길을 잃어도 좋아사이먼과 요시가 사는 빌라의 경비는 외국인 둘이 일본 여행을 한다는 말을 듣고 도야마에 가보라고 추천했다. ‘가제노봉’이라는, 풍년을 비는 전통 샤머니즘 축제를 보지 않고 이 나라를 뜨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중년의 그는 큰 안경을 썼고 마른 몸에 피부가 검...2011-06-03 17:15
공짜 운명이 이끄는 대로도쿄에는 지낼 곳이 있었다. 스웨덴인 사이먼과 아내인 요시는 3년 동안 무소식을 깬 갑작스러운 연락에도 원룸 아파트의 작은 거실을 기꺼이 우리에게 내주었다. 그들의 집이 있는 고엔 지역에 내리자 동네가 떠들썩한 것이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 틈에 여비나 좀 벌어볼까 하고...2011-05-27 15:28
일본도 우리 집이다무작정 일본에 갈 채비를 했다. ‘청춘18’이라는 티켓을 발견해서, 부산에서 배를 타고 후쿠오카에 도착한 뒤 도쿄까지 싼값에 갈 수 있었다. 문제는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완행열차뿐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시간밖에 넉넉한 것이 없는 우리에...2011-05-20 12:01
우리 집은 솔메이트아주 짧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산티아고 순례길)를 계획하고 조개가 그려진 표시를 보고 걷던 도중에 샛길로 빠졌다. 왜 언제나 샛길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는 유전자 검사를 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에 알레르기라도 있는 사람들처럼 우리...2011-05-13 14:00
자유가 승리하던 날새로운 도시에서 100% 백수 빈털터리 이방인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정쩡한 정체성을 갖게 했다. 말 그대로 이방인, 눈동자 색도 다르고 입맛도 다른 나는 이곳에 속하지 않으면서 매일 똑같은 곳에서 자고 일어나는 ‘일상’을 가진 사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정체가 ...2011-05-06 16:10
우연처럼 청춘의 파티가 찾아오길한국에 88만원 세대가 있듯이 스페인에도 밀레우리스타(Mileurista), 1천유로 세대가 있다. 물론 환율로 따져보면 1천유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말이다. 1천유로가 스페인에서 얼마의 가치를 갖는지는 상대적이다. 1천유로를 버는 독신은 독립을 ...2011-04-27 11:53
섞어야 맛있다, 새롭다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와인 칵테일의 신세계를 발견한 것은 중요한 사건이다. 그 누가 이 오묘하고 기똥찬 맛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선 커다란 유리잔 가득 얼음을 채우고 그냥 마시기에는 너무 시고 떫은 싸구려 와인을 반쯤 부은 뒤 콜라를 섞으면 그 이름도 유명한 ‘칼...2011-04-22 17:01
달콤한 마음의 사탕, 소속감 스페인에서 3개월이 지나갈 무렵 고민이 생겼다. 불법체류자가 될 상황이었다. 돌아갈 여비도 떨어지고, 그렇다고 합법적으로 고용계약을 받을 처지도 아니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운명을 기다렸지만 모험의 끝은 너무 허무했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식 ...2011-04-15 13:31
먹고 마시고 토론하라이비사에서 며칠 동안 씻지도 않은 내 모습이 그들의 눈에는 있어 보였는지 나더러 한국에서 교육을 많이 받은 부자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나는 “노 텐고 카사, 노 텐고 디네로, 노 텐고 나다”(No tengo casa, No tengo dinero, No te...2011-04-08 21:53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왜 오늘 하나?말리 남자의 집에서 나온 뒤 절벽에 위치한 동굴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비사 토박이인 살바에 따르면, 이 동굴은 1970년대 히피들이 섬에 들어와 살며 남긴 ‘유적’ 중 하나라고 했다. 섬 곳곳에 있는 ‘히피마켓’에서는 인도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비싸게 팔고 있었다. 히...2011-04-01 15:39
이비사에 태양은 가득히지구를 밝히는 태양은 분명 하나뿐인데도 왠지 스페인의 태양은 출처가 다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유럽 전역의 사람들은 스페인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을 그리도 사랑했다. 스페인 사람들이 자랑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특별한 태양이었다. 우울증이 드문 이유를 태양이 ...2011-03-25 16:08
마드리드에서 보낸 한 철8월 텅 빈 마드리드 시내에는 외국인 관광객만 들끓었다. 스페인 친구들은 시내가 일본인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고 말했지만 정작 내가 가보니 거의 한국인들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동양인 중에 일하는 사람은 중국인이요, 관광하는 사람은 일본인이라고 나름대로 정의 내린 듯했다...2011-03-18 14:59
스페인, 너는 벗는 자유다처음 스페인에 왔을 때는 여름이었다. 스페인 남부 알메리아에 도착해 우리는 가까운 공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리오는 그 늦은 밤에 나를 공원 벤치에 혼자 남겨두고 동네를 한 바퀴 돌더니 어디서 신발 한 켤레를 주워왔다. 호피 무늬의 예쁜 새 신발인데, 누군가 버린 것...2011-03-09 17:32
옷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문명국절대 우리의 잘못이 아니었다. 스페인으로 가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거창하게 먹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두 달 전에 미리 예매를 해 2만원도 안 하는 알메리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평소와 달리 우리는 10분마다 한 번씩 시계를 보며 시간에 유념...2011-03-04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