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13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의 한 장면. 이란 테헤란에 있는 카리자크 감식 센터 앞에 놓인 주검 가방에서 주민들이 가족과 지인을 찾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1월은 내내 심란했다. 이란 시위를 둘러싼 온갖 말과 글 때문이었다. 3만 명 넘는 사람들이 정부의 총칼에 죽어간 참상 앞에서, 사건 자체보다는 이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훨씬 많은 듯 보였다. 누군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은 비판하면서 이란 신정국가의 가공할 폭압성에는 침묵하는 민족주의 좌파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반대로 시위대 일부가 미국에 망명한 레자 팔레비의 복위를 주장한다는 이유로 그 순수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란 시위를 ‘남의 나라 일’로 여긴다는 기분을 지우기 어렵다.

‘알제리전쟁 1954-1962’, 노서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7년
다른 나라 사람들의 투쟁과 좌절에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서경의 ‘알제리전쟁 1954-1962’(문학동네 펴냄, 2017)를 펼치는 건 그리 적절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당시 프랑스에 알제리란 ‘남의 나라’가 아니었다. 1830년 이래 100년이 넘는 식민화의 결과 알제리는 프랑스 ‘본토’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같은 북아프리카 식민지이던 모로코와 튀니지는 프랑스 외무부가 관장했지만, 알제리는 내무국이 통치했다. 전쟁 직전 알제리 인구 약 946만 명 중 10% 넘는 98만 명이 유럽계 이주민이었다. ‘검은 발’이란 뜻의 ‘피에누아르’라 불린 이들은 몇 세대에 걸쳐 삶의 터전을 가꾼 또 다른 현지인이었다.
그런 만큼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알제리전쟁은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었다. 자연히 복잡한 논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알제리 독립을 둘러싼 전선은 전통적인 좌와 우를 경계로 말끔하게 그어지지 않았다. 제국주의의 첨병이라 비판받았지만 동시에 알제리 토착사회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던 가톨릭교회는 식민주의와 전쟁, 고문을 비판하며 인본주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했다. 사회학자 레몽 아롱은 최소한 프랑스인 절반이 알제리 독립에 반대한다는 점을 직시하면서도 알제리인의 국가가 세워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알제리인들의 요구는 다름 아닌 프랑스인의 헌법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지식인이 알제리 독립에 찬성하지는 않았다. ‘피에누아르’인 알베르 카뮈는 자신이 나고 자란 알제리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으나, 1958년 샤를 드골 정권 수립 후 가시화된 알제리 자치에 단호하게 반대했다. 그는 1939년 이전까진 알제리 문제가 프랑스인의 관심 밖에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어떠한 입장도 갖기를 거부했다. 이렇듯 알제리전쟁에 대한 다양한 주장은 파리의 좌파 출판계를 중심으로 활발히 생산·유통됐고, 국경을 넘어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논쟁이 오갔다. 식민지 알제리 사람 역시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넘나들며, 알제리뿐 아니라 파리와 이집트 카이로를 무대로 독립 그 이상의 새로운 삶을 꿈꿨다. 그 점에서 책의 부제처럼 알제리전쟁이란 “생각하는 사람들의 식민지 항쟁”이었다.
노서경은 알제리전쟁이 결코 평화와 우애에 바탕을 둔 신생국가 건설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명확히 한다. 그럼에도 이 전쟁이 중요한 이유는, 당시 오간 수많은 논의가 프랑스와 알제리 모두에 일종의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알제리에서 전쟁의 기억은 독재자가 된 독립운동 세력을 비판하며 인본주의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하는 촉매로 작용했다. 프랑스 역시 전쟁 이후의 여러 혼란에도 불구하고, 알제리전쟁을 ‘현재’의 시원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두텁게 쌓여왔다. 그렇다면 이란 시위에 대한 현재의 논쟁은 훗날 한국에 어떤 토대가 돼줄 수 있을까?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유찬근 대학원생
*유찬근의 역사책 달리기는 달리기가 취미인 대학원생의 역사책 리뷰.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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