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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버스트〉외

등록 2010-07-28 19:39 수정 2020-05-03 04:26
〈버스트〉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동아시아(02-757-9724~5) 펴냄, 1만8천원
〈버스트〉

〈버스트〉

‘버스트’란 폭발이다. 제목은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답변이다. 인간의 행동은 예측할 수 있을까, 뉴턴의 중력 법칙에 맞먹는 예측력을 갖춘 단순한 규칙 혹은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에 대한 대답은 단순했다.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은 15세기 사람들이 별의 움직임에 대해서 “알 수 없다”라고 한 것과 비슷한 사정은 아닐까.

21세기의 과학자들에게는 인간 행동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들이 수집되고 있다. 미국 화폐에 ‘조지는 어디에?’라는 표시를 한 뒤 그 화폐를 추적하는 사이트(1달러 지폐에 그려진 사람이 조지 워싱턴이다), FBI에 심문당하는 것이 지긋지긋해 자신의 현재 위치와 주변 상황을 남기는 것을 프로젝트화한 중동인 예술가 등이 이런 자료를 제공한다. 그리고 전자우편이나 웹사이트 방문 기록 역시 분석하기 좋은 자료다.

이전에 행동 패턴을 설명하는 이론으로는 ‘푸아송 원리’가 유력했다. 푸아송 원리란 인간의 행동 패턴을 ‘무작위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확률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라우터 역시 마구잡이식 웹브라우징과 트래픽을 가정해 설계됐다. 하지만 이렇게 행동 패턴을 분석해보면 ‘계산’이 맞지 않았다.

저자는 무작위가 아니라 ‘폭발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잔잔한 생활 와중에서 사건이 가끔 폭발한다는 것이다. 폭발성을 수식화하는 ‘멱함수’로 행동패턴을 분석하자, 웹에 게시된 뉴스의 수명(반감기)을 계산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폭발적인 행동 패턴이 ‘우선순위’를 두고 행동하는 생활 방식에서 왔음도 보여준다.

책은 이런 전개와 번갈아 헝가리 영웅 세케이의 십자군 원정 팩션을 싣고 있다. 영웅 스토리의 숙명인 ‘예상치 못한 사건의 폭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케이를 고른 것은 헝가리 출신인 저자의 무작위적이지 않은 선택의 결과다.

〈르몽드 세계사 2: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르몽드 세계사 2: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르몽드 세계사 2: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최서연·이주영 옮김, 휴머니스트(070-7842-9413) 펴냄, 2만5천원

프랑스의 국제관계 월간지 는 2008년 을 펴냈다. 올해 출간된 두 번째 는 앞서 출간된 1권의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세상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글과 풍성한 그래픽 자료를 바탕으로 먼 미래를 전망한다. 책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재편된 국제 역학 관계를 살피고,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으며 전환점에 선 아프리카를 들여다본다. 1권에 없던 한국어판 특집 글도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상 수상 작품집〉

〈가와바타 야스나리상 수상 작품집〉

〈가와바타 야스나리상 수상 작품집〉
아오야마 고지 외 6인 지음, 양윤옥 옮김, 자음과모음(02-324-2349) 펴냄, 1만2700원

책에 실린 7편의 소설은 그해 일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단편소설에 부여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상의 수상작이다. 그런데 7인의 일본 작가 이름이 조금 낯설다. 이들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라고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의 첫머리보다도 어쩌면 한국 독자에게는 덜 알려졌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 평단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는 문장가들이다. 그들의 담백하고 밀도 있는 언어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오윤 전집〉

〈오윤 전집〉

〈오윤 전집〉
오윤 전집 간행위원회 엮음, 현실문화(02-393-1125) 펴냄, 세트 7만4천원

판화가 오윤은 1980년대 민중미술의 상징으로 읽힌다. 그러나 그는 이른바 운동권 지식인이 즐겨 쓰는 ‘민중’이나 ‘의식화’ 등의 단어, 심지어 운동가요도 못마땅해하며 스스로 낮은 곳에 속해 작품과 삶을 지속했다. 그래서 그의 예술은 ‘나대지’ 않는다. 굵직한 선으로 표현된 인물들은 가식적이지 않고 소박하면서 역동적이다. 전집은 총 3권으로 이뤄졌다. 1권은 김지하·유홍준·성완경 등이 말하는 오윤의 삶과 예술세계를 전하고, 2권은 오윤의 작품만 오롯이 담았으며, 3권은 드로잉 700여 점을 실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아무도〉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031-955-8890) 펴냄, 1만원

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가 돌아왔다. 그가 세상에 첫 소설을 내놓은 지 15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소설의 감수성은 여전히 젊고 현대적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세상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법한 현실이 정교하게 잘려 문장으로 되살아났다. 책에 실린 단편들은 대개가 문예지의 청탁 없이 쓴 소설이며, 그중 몇 편은 어떤 지면에도 선보인 적 없는 미발표작이다. 작가는 “청탁 없이, 마치 첫 단편을 쓸 때 그러했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썼다고 말한다. 이후 6년 만의 단편 모음집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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