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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문화자본의 시대〉외

등록 2010-07-13 20:44 수정 2020-05-02 04:26
〈문화자본의 시대〉〈대안문화의 형성〉
이동연 지음, 문화과학사(02-335-0461) 펴냄, 2만원·1만8천원
〈문화자본의 시대〉, 〈대안문화의 형성〉.

〈문화자본의 시대〉, 〈대안문화의 형성〉.

“나는 이 책을 기점으로 한국 사회의 문화현실에 즉각적으로 개입해왔던 글쓰기에서 빠져나와 좀더 근원적인 문화연구의 실천들을 상상할 생각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머리말에 쓴 글귀다. 이런 ‘선언’과 무색하지 않게 저자는 지난 10여 년 치열하게 “한국 문화 현실에 즉각적, 개입적 글쓰기”를 해왔다. 1999년 출범한 문화연대 활동가로 시작해 편집위원을 거쳐 문화사회연구소 소장과 한예종 교수를 겸하면서 그는 이론적 실천과 실천적 이론을 놓지 않았다. 이렇게 활동가, 연구자, 향유자로 살아온 이력이 함께 펴낸 두 권의 책에 ‘종합’됐다.

이로써 이동연의 한국 문화 연구 3부작이 완결됐다. 이 교수는 주체·자본·운동의 세 가지 주제를 각각 세 권의 책에 담았다. 2005년 펴낸 가 글로벌·디지털 문화 환경 속에서 등장한 문화 주체를 다루었다면, 는 독점화·계열화되는 한국의 문화자본을 분석했고, 은 새로운 문화운동의 가능성을 점검했다. 1990년 뒤로 써온 글을 다듬어 묶거나 새로운 글을 추가한 두 권의 책에는 음악·영화·공연·뉴미디어는 물론 아파트 광고, 프리미어리그, 촛불집회 분석도 담겨 있다.

에서 저자는 영화자본의 독점화를 멀티플렉스 영화관, 가요산업의 변화를 기업형 아이돌 기획사의 등장을 통해 분석한다. 나아가 생태주의 가면을 빌려쓰는 아파트 광고의 노림수를 분석하고, 한국의 안방에 찾아온 프리미어리그를 통해 축구자본의 세계화를 짚어본다. 에서도 촛불집회 같은 대중의 경험과 맞닿은 사례 분석을 통해 독자의 실감을 더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지나온 문화의 궤적이 스쳐가고, 다가올 문화의 미래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공정무역, 시장이 이끄는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 시장이 이끄는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 시장이 이끄는 윤리적 소비〉
알렉스 니콜스·샬롯 오팔 지음, 한국공정무역연합 옮김, 책보세(02-322-0514) 펴냄, 2만5천원

자유무역의 발전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켰다. 그러나 공정한 향상은 아니다. 억압과 착취를 받는 이들은 가난을 대물림하며 자유무역의 그늘에 가려 있다. 공정무역은 그늘에 가린 이들의 억눌림을 해소하는 데서 출발한다.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한다. 저자는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파트너십 속에서 교환의 평등을 목표로 하는 공정무역의 시작과 현재, 미래를 꼼꼼하게 정리했다.


〈무력소년생존기〉

〈무력소년생존기〉

〈무력소년생존기〉
주원규 지음, 한겨레출판(02-6383-1608) 펴냄, 1만2천원

138층 건물 ‘폐신 집합소’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하고 먹고 자는 노동자들이 공산품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는 공간이다. 소설은 그곳에 사는 ‘모태 노동자’ 소년과 그 자손이 겪는 무력한 34년을 통해 꼭대기에 오르겠다는 주술에 취해 노동자들이 서로를 찍어내는 잔혹한 아귀다툼을 그린다. 폐신 집합소는 이름을 바꿔가며 체제를 유지하려 하지만 끝내 무너져버린다. 허탈해서 오히려 웃음이 나는 이 비극적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에 대한 저자의 냉철한 일갈이기도 하다.


〈올레 감수광〉

〈올레 감수광〉

〈올레 감수광〉
강민철 지음, 컬처플러스(02-2264-9028) 펴냄, 1만5천원

제주는 아름답다. 해와 바다와 산이 반짝이며 어우러지는 섬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주는 유배의 섬, 몽골의 말발굽에 짓밟혔던 통한의 섬, 부모·형제들이 죽창으로 서로를 찌르던 4·3의 섬, 미국과 일본이 세력 확장을 위해 욕망의 혀를 날름거렸던 섬이기도 하다. 제주를 고향으로 둔 저자는 제주 올레길을 그저 인기 있는 여행지로만 그리지 않는다. 길에서 배어나오는 제주의 아름다움과 시린 역사, 그 사이에 스민 문화와 삶을 공평하게 글 안에 담았다.


〈이슬람과 페미니즘〉

〈이슬람과 페미니즘〉

〈이슬람과 페미니즘〉
하이다 모기시 지음, 문은영 옮김, 프로네시스(02-336-2534) 펴냄, 1만5천원

베일로 얼굴을 가린 이슬람 여성은 다양한 관점으로 읽힌다. 명예살인, 복장 규제 등 억압을 은유하는 대상으로 비치기도 하고, 이란·아프가니스탄 등을 경계하는 미국의 처지에서는 이슬람을 비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읽힌다.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은 문화 차이의 상징물로서 이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란여성연합 창립자인 저자는 이슬람 여성에 관한 모든 미시적 시각에 서늘한 비판을 가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사회·경제·문화적 상황에 맞춰 현실적으로 페미니즘을 논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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