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버터남’은 프랑스 노르망디산 버터와 ‘노점식’ 토스트의 조화를 시험해본다. 한겨레 고나무 기자
왈왈왈! 눈을 떴다.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닭 대신 개다. 1초의 오차도 없이 녀석은 아침 7시에 짖는다. 이불 바깥으로 손을 뻗어 녀석의 주둥이를 닫아버렸다. 개 짖는 소리로 설정한 휴대전화 자명종을 껐다. ‘눈만 잠시 감았다 떴다’고 생각했다. 개구리 뒷다리에 전류를 흘린 것처럼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7시15분.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불을 켰다. 불을 3단으로 키웠다. 냉장고 문을 열었다. 2주 전 사둔 이지니 버터를 꺼냈다. 아직 굳어 있다.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태어난 최고의 버터다. 이어 햄 반쪽과 달걀 한 개를 꺼냈다. 싱크대에 준비를 하자마자 엉덩이가 불에 닿은 듯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7시16분45초. 샤워기에 물을 틀고 머리를 적셨다. 늑대에 쫓긴 개가 강으로 뛰어드는 것처럼, 미친 듯이 샴푸를 하고 머리를 헹궜다.
킁. 프라이팬에서 눌러붙은 기름이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7시18분40초.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 싱크대 앞에 섰다. 격주로 출근하는 일요일에 노점에서 사 먹던 바로 ‘그 녀석’을 만들 준비가 됐다. 이지니 버터가 약간 녹았다. 아직 7℃의 냉장고 속에서 굳은 속살이 풀리지 않았다. 과도를 집어들었다. 버터를 잘라 프라이팬에 녹였다. 치익. 고소한 우유 냄새가 피어올랐다. 강원도의 봄, 대관령에서 풀을 뜯는 젖소의 거대한 젖을 주무른다. 그 젖에서 올라오는 냄새처럼, 고소한 첫 냄새 뒤에 후각의 마지막에 가볍고 청량함 끝 냄새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게 이지니 버터다. 프랑스 와인처럼 AOC(프랑스의 와인 품질규격제도)로 품질이 관리되는 바로 그 버터다. 그러므로 ‘된장남’이라는 명칭은 옳지 않다. ‘버터 150g에 9천원을 쓰는 이지니 버터남’은 어떤가.
밥그릇에 달걀 하나를 깨서 넣었다. 버터를 잘랐던 과도로 노른자를 찔렀다. 휘휘 저었다. 7시22분. 전날 24시간 편의점에서 사둔 식빵 두 조각을 꺼냈다. 거품을 일며 적당히 탄 이지니 버터 위로 식빵을 놓았다. 20초. 적당히 갈색으로 익은 식빵을 뒤집었다. 프라이팬 한쪽에 다시 버터를 녹였다. 치익. 이번엔 달걀과 미리 잘라둔 햄이다.
머리에 왁스를 바르며 한 손에는 ‘이지니 버터로 구운 식빵에 레디메이드 공장 생산 햄과 경기도 양계장 생산 달걀을 끼운 옛날 스타일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씹었다. 거울에 비친 양 볼은 토스트로 불룩했다. 편의점 식빵과 햄에 이지니 버터라. 질샌더 셔츠에 캘빈클라인 청바지에 루이뷔통 서류가방을 든 ‘뚜벅이’나 마찬가지. 7시35분. 개구리 뒷다리에 전류가 흐른 듯, 나는 노트북 가방을 들고 현관을 뛰쳐나갔다. 이런 아침을 7년째 맞고 있다. ‘이 길이 나와 맞는 걸까’라는 생각은 7초를 넘기지 않았다. 마을버스가 멀리서 보였기 때문이다. 뛰어야 한다.
고나무 기자 한겨레 정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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