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스토리“죄가 무슨 죄가 있나, 죄지은 놈이 나쁜 놈이지.” 동어반복 같지만 묘한 통찰이 있는 이 영화 대사(1997년 )에 고개를 주억거린 사람이 꽤 많았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닭강정이 무슨 죄냐, 닭강정을 한식이라고 떠드는 인간이 죄지”라고 항변하고 싶은거다. 한식이든...2012-02-18 13:34
우렁각시의 마리아주‘마리아주’란 단어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 내가 겁먹어봐서 아니까 하는 소리다. 2007년 가을이었다. 꼬박 만 2년 동안 검사와 판사들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일응(一應)은” 따위의 일본식 한자어를 주절거리며 폭탄주를 돌려 마시던 어리바리 사회부 기자에...2012-02-03 17:52
오비프와 MB의 교집합한-미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이에 ‘쇠고기’라는 교집합이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아서라, 재미없는 자유무역협정(FTA)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진짜 음식 얘기라니까. 1941년생 뱀띠 한국 대통령과 1961년생 소띠...2012-01-14 10:57
주위를 돋보이게 하는 밥처럼‘나는 □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꽤 오래전에 카피라이터 수업을 들었다. 첫 수업 과제가 바로 이 문장이었다. 빈칸에 적절한 단어를 써서 비유법으로 자기소개를 하라는 취지였다. 여러 단어들이 나왔다. ‘술’ 따위의 예측 가능한 단어도, 물론 빠지지 않았다. 산전...2011-12-23 11:24
추상을 구체로 만드는 이야기시나리오 교과서를 읽다 무릎을 쳤다. 무릎만 치기 아까워 허리를 돌리며 춤을 췄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시체를 목격한 일은 잊힐 수도 있겠지만 햄릿의 죽음은 영원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예술에 의해 형식화되지 않은 인생 그 자체는 혼란스러운 경험으로 남아 있을 뿐...2011-12-09 10:34
혼을 빼놓는 개떡 유명한 주방장은 대부분 남성이다. 길거리 음식에서는 반대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11월 말 늦은 밤 얼큰히 취한 채 어묵 냄새에 끌려 포장마차 휘장을 걷었다가 아저씨 얼굴을 보고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저씨는, 더럽다. 이 무슨 무지막지한 남성차별주의냐고 ...2011-11-25 10:23
글쟁이의 검은 에너지원 헌터 톰슨이란 분이 있다. 1960년대 중반 책 한 권 내셨다. 나 같은 기자였다. 당시 미국에 ‘지옥의 천사들’(Hell’s angels)이라는 폭주족이 이슈였다. 20~40대들이 할리데이비슨을 몰고 떼로 다니셨다. 민소매 가죽 재킷에 청바지, 부츠 패션의 원조 되...2011-10-27 16:22
색감과 접시 배치의 미학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은 다르다. 크게 다르다. 갓 내린 케냐 AA에서 기막힌 향을 시각적으로 온전히 보여주는 하얀 훈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면 푸드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게다. 2년 넘게 사진기자 선배의 어깨 ...2011-10-14 19:10
맛있는 것이 이기는 것 해외여행을 왔는데 5성 호텔에서의 여덟 끼니와 마트를 여덟 차례 방문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마트를 택할 것이다. 비용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 호텔 음식값을 내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가령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뉴칼레도니아 같은 프랑스 문화...2011-09-30 17:37
외로운 술꾼의 자기연민 혼자 술 마시다 취한 사람의 전화를 받는 일은 난감하다. 찌질한 독백을 끊고 전화기를 가로채줄 사람이 없는 상황은 전적으로 전화를 받는 사람에게 불리한 게임이다. 술 취하면 앞뒤 맥락 없이 상대방이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는 사실만 기억하는 기억력의 소유자라면, 더욱 그...2011-09-08 18:08
감싸면 괜찮다, 다 괜찮다 만두 세계지도를 그려보자. 일본(교자)-한국(만두)-중국(만두, 교자, 딤섬 등 모든 만두)-베트남(춘권)-인도, 네팔(사모사)-이슬람-터키, 그리스, 동유럽(뵈렉)-이탈리아(라비올리, 토르텔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지역이 탄생한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광대함은 실크로...2011-08-25 18:33
만두로 그리는 세계말하자면 이번 칼럼은 ‘누들로드’라는 말이 있다면, ‘만두로드’라는 말도 기꺼이 성립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심지어 모 기업에서 만든 ‘파이로드’라는 단어도 있다. 무심코 밥을 먹다 무슨 광고인가 싶었다. ㅊ파이가 전세계로 수출돼 국경을 넘어 한국 문화를 알리고 세계...2011-08-12 17:30
이런 주스로 누굴 꼬이나 독신남은 맛을 모른다. 이렇게 말한다면 주위 시선 아랑곳 않고 식당에 갈 때마다 수저나 포크보다 디지털카메라를 먼저 꺼내드는 숱한 맛집 블로거들이 발끈할지 모른다. 흥분 가라앉히시라. 내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저명한 음식저술가라는 메리 프랜시스 케네디 피셔라는 분의...2011-07-29 16:38
올림픽 정신은 ‘인스턴트 정신’인스턴트 음식은 사실 음식의 이상향이다. 가령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긴’ 인스턴트 라면이 있다고 치자. 더 빨리, 더 영양가 있게, 더 몸에 좋게! 이건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라는 올림픽 정신과 통한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욕망의 순수한 추구. ...2011-07-15 19:17
충고의 맛은 짜다불이 문제다. 중국요리에는 고온에 순식간에 볶는 조리법이 많다. 내가 취재했던 많은 중식 주방장들은 불과 관련해 잊지 못할 추억을 갖고 있었다. (여성자신 펴냄)에도 ‘고온에 잠깐 볶으라’라는 충고가 나왔다. 쟁점이 첨예한 사건의 경우, 어떤 판사들은 정반대 결론의 판...2011-07-01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