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은 중요하다. 그러니까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사이에 ‘쇠고기’라는 교집합이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아서라, 재미없는 자유무역협정(FTA)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진짜 음식 얘기라니까. 1941년생 뱀띠 한국 대통령과 1961년생 소띠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적어도 쇠고기 불고기가 대화의 지렛대는 됐다. 지난해 10월 회담의 뒤풀이(?) 이야기다.
종종 찾는 블로그 가운데 재밌는 게 있다. 이름하여 ‘오바마 푸도라마’(www.obamafoodorama.blogspot.com). 포스팅이 꽤 발랄하지만, 나름 백악관 공식 블로그다. “오바마 행정부의 음식영양학 관련 계획을 기록”한다는 게 블로그의 임무다. 모토는 ‘정책부터 파이까지’(From policy to pie).
‘2011년: 스테이크가 백악관에서 연전연승하다’라는 글을 눌렀다. 한마디로 오바마 대통령이 스테이크에 흠뻑 빠졌다는 요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비프(Obeef) 대통령으로 기억되려나?’라는 부제가 달렸다. 요새 백악관 공식 저녁 식사의 앙트레(entree)가 죄다 쇠고기란다. 앙트레는 서양요리에서 생선요리와 주요리 사이에 나오는 정찬이다. 대충 ‘중간음식’쯤 된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쇠고기뿐 아니라 생선, 오리 등 여러 음식을 앙트레로 제공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오로지 쇠고기! 와규, 안심, 꽃등심…. 당신은 오비프?
이명박 대통령과의 저녁 식사 때도 쇠고기가 빠지지 않았다. 블로그를 보면, 버지니아 교외에 위치한 한식당 ‘우래옥’에서 요리를 맡았다. 불고기를 만들어 제공했다. 한국 불고기 특유의 달고 짠 맛을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직원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블로그에는 다만 “비전의 양념으로 잰 불고기”(Bulgogi, prepared with ‘a secret marinade’)라고만 적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디엄 웰던’(핏물이 안 보일 정도로 충분히 굽기)을 선호한다고 블로그 편집자는 밝혔다. 한국의 불고기는 바싹 굽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단 굽기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교집합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우 가격 폭락으로 농민들이 우울하다. 나 같은 빠듯한 월급쟁이에게는 한우를 양껏 먹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죄송합니다, 사실입니다). 집 근처 마트에 얼른 뛰어갔다. 한우 안심 100g이 불과 7900원이었다. 이 칼럼을 시작하며 스테이크를 한 번 태워먹었다. 재도전은 성공하고 싶었다. 다음 미즈쿡이 전하는 미디엄 웰던 스테이크 굽는 요령은 이렇다. ‘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미리 뿌려 약간 재워놓을 것. 고기 한 면 굽는 시간 1분30초를 지킬 것.’ 별것 없다. 그리고 열흘 전 따놓은 와인 ‘뤼삭 생테밀리옹’ 한 잔.
농민들에겐 괴로움의 대상이 내 입에는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이 좀 미안하다. 나는 오바마 대통령과 아무 교집합이 없다. 사실 ‘미디엄 레어’ 지지자다. 김성훈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한 라디오에서 “소값이 폭락한 이유는 수입 쇠고기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절친이라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쇠고기’라는 교집합을 가졌다. 그것도 좋은데, 우리 농민들이랑도 교집합을 가져보시는 건. (설마 해보셔서 아실는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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