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 발령나기 전 의 방송담당 기자였다. 세어보니 20개월, 짧았지만 굵었다. 스스로 ‘무도빠’를 자처해 ‘돌+아이 콘테스트’도 나가보고, 조카 등용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에 다람쥐 탈을 쓰고 출연하기도 했다. 에 푹 빠져 시퀀스 분석 기사를 써 150만 건이 넘는 인터넷 조회 수로 사내 상도 타봤다. 명백히 자랑 삼아 말하지만 2009년에도 나는 이순재 인터뷰로 사내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해 상을 받았다. 나는 최고다.
물론 아픔도 있었다. ‘여관서 밤샘 변태 촬영’이라는 제목으로 누리꾼을 낚아 실컷 욕도 먹어봤다. 원래 제목은 ‘여관에서 함평 나비축제 대비해 번데기 변태 밤새워 촬영하는 다큐멘터리’였다. 제목을 누가 그렇게 달았는지는 알아도 모른다, 나는 아니다. 제목 낚시에 분을 이기지 못한 열혈 누리꾼 수사대가 내 블로그를 추적해 폭로 뒤 폭격한 상흔은 내 블로그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피학 취미가 있어 남겨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지웠다. 그랬더니 ‘그분’께서 신체 부위를 훼손하겠다는 언사로 삭제에 항의했다. 그냥 남겨뒀다. (그런데 ××님아~ 난 여자가 아닌 남자랍니다. 이름만 보고 여자로 착각한 임의 욕 때문에 나를 여자로 착각하잖아욧!) 어쨌든 욕먹는 것도 나는 최고다.
나는 현장이 좋았다. 반기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 대부부은 기자가 현장에 나타나는 걸 불편해했다. 하지만 그 현장에서 나는 오지호가 얼마나 멋진 (순정과 의리를 가진) 남자인지를 알았고, 현장에서 우리 근영양이 얼마나 똘똘한지를 몸소 겪었다(“기자님 질문이 그게 뭐예요”라는 지적조차 어찌나 귀여웠던지). 초대받아 찾아간 현장은 편집된 방송분보다 훨신 역동적이고 재미있었다. 강호동은 거기에서 연출자를 넘어서는 존재였다. 물론 강호동이 카메라 바깥에서 천하장사는 아니었다. 그도 불혹을 넘긴 가장이다.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그의 피로한 모습과 한숨은 “좀 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도발적인 인터뷰로 이어졌다. 그리고 국내 유일의 ‘강호동 위기론’을 쓴 기자로 강호동 팬들로부터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전화를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수년 동안 매 한 마리가 퍼덕이는 모습을 찍어보겠다고 산을 지키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만난 것도, 카메라가 돌지 않아도 웃음을 잃지 않는 유재석을 만난 것도 나에게는 현장에서 만난 행운이었다.
송혜교, 김현주, 문근영, 이순재, 정보석, 한효주, 차승원, 이미연, 박재정, 오지호, 손현주, 이요원, 이준기, 하지원, 김제동, 김C 그리고 분장실의 강선생님, 컬투…, 인터뷰에 응해줬던 모든 배우에게 축배를. 나와의 인터뷰를 고사하고 다른 매체와 인터뷰했던(이른바 ‘내가 까였던’) 강마에, 지우히메, 이병헌, 김태희 그리고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꼿꼿했던 분들에게 더 큰 축배를!
하어영 기자 blog.hani.co.kr/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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