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스트레스를 거침없이 차버리던 ‘하이킥’이 지붕을 뚫고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오래다. 예전의 그 우렁찬 고함 소리, 시끌벅적한 기세, 막강한 팀워크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아직까지는 ‘과연 언제쯤 진짜가 터질까’ 하는 마음이다. 그나마 그녀가 없었다면 진즉에 실망의 푸념을 늘어놓지 않았을까 싶다.
의 ‘국민 떡실신녀’ 황정음이 짧은 치마가 찢어져라 쭉쭉 발을 뻗고 있다. 애초에 이순재·김자옥 등의 중후한 기본기가 받치고 있으니, 그 주변에 당돌한 미녀 캐릭터 하나 붙어 있어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원조 하이킥의 ‘꽈당녀’ 서민정 못지않은 맹활약이다.
‘죽일 놈의 카드깡’으로 인해 과외 전선에 뛰어들게 된 여대생 정음. 이순재 사장의 손자 준혁의 과외 선생이 되었는데, 얼굴 반듯한 만큼 성격은 꼬인 이 고딩 때문에 개구멍 같은 출입구로 들락거리는 고난의 길이 예상됐다. 하나 모든 사건들을 만들어낼 토네이도는 바로 그녀 자신이었던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음주·대취·난동’을 몇 차례나 펼쳐냈던가. 폭음 뒤에 과외를 하다가 얼굴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문제를 내지 않나, 준혁의 삼촌인 지훈의 차를 타고 속초까지 가서 해변의 ‘떡실신녀’로 망신을 사지 않나, 급기야 복수를 위해 지훈을 ‘떡실신남’으로 만들려다 남자 화장실에서 소리 지르는 등 추태의 퍼레이드를 이어간다.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그걸 표현해내는 황정음의 연기도 딱 들어맞는다. 이순재가 김자옥의 마음에 들려고 아들에게 종이학 1만 마리를 만들라고 하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음. “아버님, 그 알바 제가 좀 하면 안 될까요?” 허락이 떨어지자 “아싸~” 하는 혀 먹은 소리를 내는데, ‘맞아, 요즘 애들 이렇게 말하지’ 싶은 느낌을 그대로 잡아낸다.
이미 주정 연기에는 일가를 이룬 듯한 무지갯빛 만취 폭주는 길에서 만날까 두렵다. 그러나 두려우면서도 기대된다. 어쨌든 평소의 상큼하고 새침한 미모가 있으니, 아무리 망가지고 몹쓸 꼴을 보여줘도 용서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의 그녀는 에 나올 때의 ‘그냥 예쁜 커플’이라는 캐릭터와 대조를 이루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다. 이는 ‘꿀벅지’ 논란의 유이가 지하철 광고의 섹시 이미지와 대조적으로 에서 ‘실수 많은 어린 신부’의 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생기는 효과와도 통한다.
오늘도 간 크게 그어버린 명품 구두를 신고 내달리다 언덕길의 쓰레기봉지 더미로 돌진하는 정음. 그 옆에 두 남자가 있다. 하얀 의사 가운 밑으로 자상한 기럭지를 보여주는 지훈.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의 줄임말) 너 치와와 닮았거든”이라면서도 그녀의 뒤치다꺼리를 떠맡는 준혁. 잘생긴 삼촌과 조카 사이에서 이 말썽녀가 제법 아슬아슬한 로맨스를 만들어간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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