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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막·연출 배꼽 빠지게 뜨겁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뜨거운 형제들’
등록 2010-06-23 19:05 수정 2020-05-03 04:26
〈일요일 일요일 밤에〉 ‘뜨거운 형제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뜨거운 형제들’

엄마·아빠가 밤만 되면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는? ‘애완돌’ 이기광의 미국 춤이 국산 춤과 다른 점은? 개그맨 박휘순이 그 끔찍한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여성 100명에게 선사한 이유는? 당신이 이런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요즘 TV에서 별 웃을 일을 못 만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월드컵에 너무 넋이 나가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상파 버라이어티쇼에 만만찮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 ‘1박2일’이라는 양대 강호에 ‘남자의 자격’이 빈자리를 파고드는 판세가 제대로 뒤흔들리고 있다. 의 새 얼굴 ‘뜨거운 형제들’의 기세가 놀랍다.

처음 멤버 구성을 보아서는 특별한 점을 찾지 못했다. ‘막말’ 2인자 콘셉트가 겹치는 박명수·김구라를 함께 묶어놓았고, 버라이어티에서는 한물간 것 같은 탁재훈이 들어왔다. 제2의 이승기를 노리는 듯 이기광이 얼굴값을 하며 등장했고, 에서 살짝 양념 정도로 괜찮았던 박휘순이 다른 의미의 얼굴값으로 함께했다. 탤런트 한상진은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이 했던 역할을 해줄 걸로 발탁된 것 같고, 한때 아이돌이던 노유민은 어렵게 한자리 차지한 것 같다. 그리고 거의 뉴 페이스인 래퍼 ‘싸이먼 디’다.

어쩐지 확실한 상수는 없고 혹시나 하는 변수만이 가득한 구성. 그런데 가장 미미한 변수가 제일 먼저 폭발했다. 능글맞은 부산 사나이 싸이먼 디는 카메라 앞에서 주눅 들기는커녕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개성을 마구 토해내고 있다. 멤버들의 성격을 파악한다는 막장 상황극에 투입됐는데, 초등학생들의 질문 공세를 더 능청스럽게 맞받아쳐 모니터링하는 멤버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더불어 탁재훈의 애드리브도 다시 힘을 발휘하는 것 같고, 한상진의 스피드 마우스 콘셉트도 이른 시일 안에 캐릭터화하고 있다. ‘애완돌’ 이기광의 춤과 노래도 흥을 돋우는 데 톡톡한 구실을 한다.

지금까지의 에피소드 중 하이라이트는 역시 ‘아바타 소개팅’. 형제들끼리 서로 짝을 지은 뒤, 배후의 조종자가 시키는 대로 아바타들이 소개팅을 하게 한다. 얼핏 상투적인 설정 같은데, 멤버들의 행동이 상상을 초월한다. 습관적으로 윙크를 하라는 둥 뻔한 시도를 남발하지 않나, 절대 안 먹힐 1980년대 개그를 하라고 요구하지 않나, 파르페나 셔벗 같은 구닥다리 메뉴를 시키게 하지 않나…. 사실 소개팅의 성사보다는 남을 조종해서 골탕을 먹이는 데 더 신경 쓰는데, 그게 억지인 줄 알지만 실행할 수밖에 없는 아바타들의 행동에 배꼽을 잡는다.

간과하기 쉽지만 멤버들의 개성과 연기력 이상으로 자막과 연출이 너무 좋다. 갑자기 넘어지는 몸 개그를 날리는 싸이먼 디에게 ‘아바타 오작동’, 엉뚱하게 인사하는 유민에게 ‘업데이트가 필요한 듯’, 매력남과 진상남의 대비를 적절히 활용하며 아래위로 화면을 갈라서 ‘불편한 예, 편한 예’ 식으로 표현하는 멘트들이 당대의 정서에 딱 맞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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